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23 17:58 수정 : 2007.10.23 17:58

김윤상/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기고

새롭게 선보인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에 대한 청약이 저조했다. 이 결과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것은 무책임한 (정치권의) 한건주의 정책의 결과로, 앞으로 정책수립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고 비판하자,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이 실패인가, 실패라면 누구의 탓인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새로운 공급 방식의 공통점은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토지보유세 강화를 특징으로 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같은 목표를 추구하므로 청와대에서 목표를 문제 삼아 실패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 수단이 잘못된 것일까?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이 목표라면, 신규 주택의 경우 두 방식보다 더 나은 수단을 찾기 어렵다. 토지임대부는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근원인 토지를 아예 분양하지 않는 방식이므로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환매조건부는 20년 안에는 공급자가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전매차익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실패’는 정책의 목표와 수단이 아니라 집행이 잘못된 사례다. 알기 쉽게 금융실명제를 예로 들어 보자. 금융실명제 도입 당시 그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지만 그 시행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많았다. 그래서 본격적인 도입 전에 서울의 강남에서만 시범적으로 해 보았다고 가정하자. 이런 시범 실시가 성공했을까?

강남 주민이 다른 지역에서 금융거래를 제약 없이 할 수 있었다면 강남의 금융거래는 격감했을 것이다. ‘돈은 햇빛을 싫어한다’는 말도 있듯이, 강남 주민이 아니라 누구라도 돈거래 내역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결과를 보고 금융실명제는 실패이며 무책임한 한건주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혹 이걸 실패라고 한다면 그 원인은 실시 지역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실명이 드러나는 시범지역에서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점에 있을 뿐이다.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도 마찬가지다. 불로소득이 넘치는 망망대해의 한구석에 불로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작은 섬 하나를 조성해 두고 거기에 사람들이 상륙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새로운 공급방식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모든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는 장치를 해두거나, 적어도 앞으로 공공택지에서 신규 공급하는 모든 주택에는 새로운 공급방식을 적용하겠다고 확약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공급되는 주택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라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주택 공급에서는 어느 조건도 충족시키지 않았다. 한 예로 환매조건부 주택을 들어보자. 환매조건부 주택은 처분권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임대주택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분양가는 당연히 전세금 수준이어야 한다. 인센티브까지 준다면 전세금보다도 다소 싼 분양가를 책정했어야 한다. 그런데 주변 매매시세의 90%로 분양가를 책정했으니 실패를 자초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청와대는 왜 새로운 주택공급 방식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정권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측근 비리’까지 불거지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싶어 하는 청와대 분위기가 배어나온 것은 아닐까? 이번 청약 미달 사태를 두고 성급하게 책임을 전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교훈 삼아 새로운 공급방식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윤상/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