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11 18:38
수정 : 2007.11.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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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성/한국투명성기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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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력 채용과 승진, 부당한 영향력 행사, 상납금 수수, 근무일지 조작 시간외 근무수당 수령, 공금 관광, 허위 출장비 청구, 진료비 부당청구, 재해복구 보조금 착복, 여론조사나 연구결과 조작,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등의 사건들이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 사건의 본질은 부정과 허위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대다수 선량한 구성원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부패 사건들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건들 대부분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새롭게 드러난 수법도 아니고 대부분이 오래 전부터 써먹던 방법이다.
공금으로 이과수나 나이아가라 폭포에 관광 갔던 전례를 찾아보면 수도 없이 나올 것이다. 또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도 따지고 보면 ‘위로, 위로’ 상급자나 기관장에게 이른바 판공비를 상납하던 지금까지 내려오던 관행의 일부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고위 공직자로서 자신의 직위를 함부로 사용하여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도 어디 한둘뿐이겠나 하는 의혹도 자연스레 제기된다.
더구나 판공비 등의 명목으로 상납하거나 상납받은 사람들, 인사철에 돈봉투를 건네며 ‘인사’한 직원들이나, 이를 받은 기관장·단체장들이 어디 구속된 사람들뿐이겠는가? 지금도 승진과 관련해 이른바 ‘인사’를 하지 않으면 뭔가 찜찜하고, 잘못 보였다가 앞으로 내게 이런저런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 그 사건 관련자들 처지에서는 “하필이면 왜 이번에만, 왜 나만 문제 삼는가?”라며 항변하려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일이 관행이었거나 또 그러한 전례가 있다고 해서 불법과 탈법·편법이 용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7년 총체적인 부패의 결과라 할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우리 사회는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5년에는 공공·정치·경제·시민사회 등 4대 부문이 모여 투명사회협약도 체결했다. 이처럼 부패를 막고 투명성을 높이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데도 이런 사건들이 줄기차게 터져나오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동안 반부패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물론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횡행하고 있음에도 ‘터지지’ 않고 수면 아래 잠복하게 해 왔던 권위주의 통치가 오히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맞았던 것도 그처럼 내부에서 곪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진 탓 아닌가?
요즘 꼬리를 물고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다. 그러므로 이런 사건들의 진상과 내막을 철저히 밝혀 드러냄으로써 과거 시대의 관행도 이제는 자취를 감추게 해야 한다. 부패 문제는 적발하고 처벌하고 법제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과거로부터 오랫동안 조직 내에서 관행적으로 내려온 운영상의 불법·탈법·편법을 단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개인과 조직, 그리고 사회 전체가 준법성과 책임성의 윤리적 바탕 위에서 ‘순전성’(integrity)을 끌어올리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난해,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내후년, 그리고 그 뒤로도 부패인식지수(10점 만점)는 마냥 5점대에 머무르며 윤리적 후진국 대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김거성/한국투명성기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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