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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4 17:55 수정 : 2007.11.14 17:55

김근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남북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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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의 대선출마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그의 출마 선언 이후 다른 후보와 확연한 차별성을 보이는 대목은 바로 대북정책이다. 원조 보수를 자처하는 그는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책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한나라당마저 남북 정상회담 반대를 선명하게 유지하지 못했다고 질책한다. 한나라당의 ‘한반도 평화비전’이 결국은 퍼주기에 다름 아니라고 각을 세운다.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범여권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회창씨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봉쇄와 압박에 기초한 김정일 정권 타도이고 이 입장에 서면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 되고 만다. 북한 정권은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일관된 대북 강경기조로 붕괴시켜야 하는 타도 대상이다. 따라서 화해협력 정책을 유지하는 정부는 북한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친북 조공 정권일 뿐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북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행동이라 비난하는 <월간조선> 조갑제씨와 시청 앞에서 대형 성조기를 들고 김정일 화형식을 거행하는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이 이회창씨의 출마를 쌍수 들고 환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펴는데도 북한의 태도가 마땅찮은 대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핵에 집착하는 김정일 정권을 당장이라도 타도하고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의 감정적 표출이지 결코 정부의 정책으로 될 수 없다. 김정일을 타도하고 북한을 붕괴시키자는 주장이 일부에게 속시원함(?)을 줄 수는 있지만 정부의 대북 정책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청 앞 정서에 익숙한 이회창씨의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을 대선 후보가 역설한다면 그 정책을 잘 모르거나 혹은 국민을 선동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일관된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을 붕괴시키고 김정일을 제거하겠다는 이른바 원조보수의 생각은 머릿속에서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딱 하나 실현 가능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전쟁 불사 군사적 수단까지도 대북정책 옵션에 포함시킨다면 김정일 정권 타도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보수층을 포함한 국민 대다수는 이를 반대한다.

대북압박을 일관되게 추진한다 해도 김정일 정권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김일성 사망 이후 최고조의 위기에서도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고 부시 행정부의 요란한 체제변환용 대북 압박으로도 김정일은 타도되지 않았다. 결국 부시 행정부도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고 말았다. 2·13 합의 이후 북-미 협상의 진전에 분노하면서 제대로 된 반미를 주장하는 수구보수의 안타까움이 거기에 있다. 실제 이회창씨의 시청 앞 정서대로 대북 강경압박을 지속할 경우 5년 임기 내에 김정일 정권은 붕괴되지 않고 오히려 남북관계는 최악의 파탄국면을 맞는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실종된 그 자리의 한반도엔 긴장과 갈등이 대신한다.

이회창씨의 대북정책은 조성되고 있는 국제정세마저 애써 무시하는 묻지마식 고집이다. 내년에 미국은 대북협상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집권이 거의 확실하고 일본 역시 대북 유연성을 내세운 후쿠다 정부가 집권하고 있다. 자칫 한국만 왕따가 되는 형국이다. 되지도 않는, 성공하지 못할 대북강경을 선동하는 것은 시청 앞에서나 할 일이지 결코 청와대에서 할 일이 아니다. 대북정책의 비현실성은 이명박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회창씨 출마 이후 대북강경으로 보수선명 경쟁에 나선 이명박 후보는 남북간 돌발 상황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 김영삼식 냉온탕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래저래 차기정부 대북정책이 걱정스럽다.

김근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남북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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