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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2 18:18 수정 : 2007.11.22 18:18

이채욱/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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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함께 열기로 한 이른바 ‘빅3 초청 토론’이 논란이 되고 있다. 양사가 내거는 명분은 각 방송사 내규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두 가지다. 하지만 초청에서 배제된 민주노동당이나 창조한국당이 양사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저조한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를, 창조한국당은 상승세를 이어나갈 결정적 기회를 차단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내건 명분은 둘 다 설득력이 별로 없다. 먼저, 방송사 내규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그 내규는 중앙선관위의 방송토론 초청기준을 원용하는 상식 수준을 넘어서면 곤란하다. 양사는 11월 중순 현재 중앙 언론기관의 여론조사 지지율 10%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선관위의 5%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지율 또한 계속 변하기 마련이므로, 초청 대상 3명만이 본선 무대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리라는 전제도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 언론은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올인’했다는 혐의를 받는 터라 신뢰성에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객관적 기준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집전화 여론조사가 실제 여론을 크게 왜곡하여 반영한다는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문화방송>은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집전화와 휴대전화의 여론조사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입증한 바 있다. 그런 <문화방송>이 ‘빅3 토론’에 동조한다는 것은 객관성을 잃은 자기부정적 행태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빅3 토론’에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세 후보가 초청된 반면, 정책이나 인물의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의미있는 후보에 대해 유권자가 알 수 있는 기회가 원천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후보간 토론을 통해 유권자가 옥석을 가림으로써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지지율로 변화를 유도하자는 것이 토론의 취지일 터인데, 현재 추진되고 있는 토론 방식은 오히려 지지율 고착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러하니 ‘빅3 토론’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토론 횟수와 방식을 변경할 경우,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본다. 토론 횟수를 2회 늘려 4회로 하고, 초청 대상으로 기존 3명에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를 추가하는 조합으로 4명이 토론하는 방안이다. 다시 말해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문국현 중 3명이 번갈아가며 출연하고 권 후보는 4회 중 3회에 출연하도록 하면 각 후보당 세번씩 똑같은 기회로 발언권을 갖는다. 이렇게 된다면 대선경쟁에서 나올 경쟁구도의 ‘경우의 수’가 거의 망라되므로 ‘빅3 토론’에 비해 쟁점이 훨씬 입체적으로 드러날 것이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방송의 공정성 시비, 시청률 제고 등 모든 면에서 ‘윈윈 게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더욱이 ‘범여권’과 한나라당 쪽에서 각각 거론되고 있는 후보 단일화 문제를 검토할 기회까지 마련되니 그야말로 일석사조 아니겠는가.

한번 결정된 일을 변경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는 것은 용기있고 아름다운 일이다. 사실상 국민의 재산이라고 할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전파를 아낄 이유가 없다. 이 기회에 무엇이 국민과 시청자의 믿음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인지 고민해 보기 바란다. 길이 보이는데도 외면한다면 세간의 ‘음모설’을 인정하는 꼴이다.

이채욱/서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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