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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02 18:09 수정 : 2007.12.02 18:09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

기고

거의 3년마다 바뀌는 대학입시의 혼란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2008학년도에 처음 도입한 내신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9등급제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첫단추를 잘못 끼운 2008 입시는 이것을 하자니 저것이 걸리고 저것을 고치니 이것이 걸리는 등 꼬일 대로 꼬여 가고 있다.

수능성적 9등급제는 올해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나 과거와는 달리 원점수를 기재하지 않고 등급만 기재함으로써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고교 3년의 학업 결과인 학교생활기록부(내신성적)의 비중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대학입시 제도 변경을 통해 공교육 정상화를 가져온다는 발상 자체가 허구인데다 사교육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에서 대학들이 지역간·학교간 학력 차이를 주장하며 내신성적의 등급간 점수 차이를 최소화함으로써 내신이 무력화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수능 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이유는 수능 총점이 높아도 영역별 등급이 낮으면 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어 운이 대입 당락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은 수능 등급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고 하고 학생들은 수능 등급 때문에 억울하다고 한다. 실제로 서울 강남 지역 고등학교의 전교 1등이라도 과목별 등급으로 환산하면 내신 과목의 절반밖에 1등급을 받지 못하며, 수능시험 전 과목 1등급도 9월 모의평가 결과에 따르면 인문계 534명, 자연계 280명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따라서 등급제에 의한 성적 평가는 충분한 변별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화살은 엉뚱한 곳에 가 있다. 솔직히 대학 서열화 의식이 분명한 상황에서 수능 점수가 과목별로 명백히 나온 것을 의도적으로 감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등급을 올리기 위한 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운동 단체들은 수능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주장했다.

대학입시는 교육 양극화의 핵심 기제다. 점차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당락에 영향을 끼쳐 학력 세습이 심화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 사이 학력 차는 인정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대학들이 입시 선발경쟁에 집착하여 고교 등급제를 하자는 것은 결국 학부모 등급제를 하자는 주장이다. 지방 교사들은 차라리 학부모 재산서 고지서를 대입 전형요소로 받으라고 절규한다. 얼마 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특목고 시험지 유출사건은 단순히 시험부정 문제가 아니라 특목고가 명문대를 가는 길목으로 인식된 결과다. 연세대 편입학 비리에서 드러나듯이 온 사회가 학벌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처럼 교육위기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일언반구 말이 없고 여전히 특목고, 강남지역 고교,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를 향한 무절제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어차피 대입 경쟁은 피해 갈 수 없지만 특정 그룹의 자율과 욕망이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할 때는 당연히 규제해야 하며, 경쟁이 생산적으로 활용되는 대입제도가 필요하다.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대학 서열을 완화하는 대입제도, 국립대 통합운영과 개방형 입학제를 통해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하는 대입 제도, 학교의 입시기관화를 방지하고 중등교육을 독립적이고 정상적으로 운영하게 만드는 대입제도, 사교육의 변수를 최소화하는 대입제도, 그런 제도가 바로 이것이라고 감히 말할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나 2007 대선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이 교육 대통령을 자임하는 지금 생산적 대학입학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김정명신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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