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강수/대구가톨릭대 교수·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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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합부동산세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과세 대상자가 38%(13만5천명) 늘었고 부과세액도 65%(1조1287억원) 증가해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 언론들이 종부세 신고·납부기간을 맞아 전가의 보도인 ‘세금 폭탄론’을 다시 들고 나오는 걸 보니 또 한번 종부세 흔들기에 나서려는 모양이다. 올해 종부세 부과 세액이 증가한 연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2006년에 급등한 부동산값이 공시가격에 반영됨으로써 신규 과세 대상자가 생겼을 뿐 아니라 기존 납세자의 과세표준이 상승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작년에 70%였던 과표 적용률이 80%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주택의 경우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과세기준인 6억원을 뺀 금액에 과표적용률을 곱해서 과세표준을 구한 후, 거기에 해당 구간의 세율을 곱해서 세액을 계산한다. 단,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재산세 상당액은 공제한다. 여기서 공시가격과 과표적용률이 높아지니 과세 대상자가 늘어나고 부과 세액도 증가하게 된 것이다. 보수 언론의 종부세 흔들기를 살펴보면 마치 정부가 주택 소유자를 벌주고자 종부세를 높이는 새로운 조처를 계속해서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종부세 강화는 이미 2005년의 8·31 대책에서 설계돼 입법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그 내용이 집행되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년에 비해 종부세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개별 납세자도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아무 죄도 없는 자신들을 괴롭힐 목적으로 세금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하기야 세금 더 내라는 데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도 안 되는 ‘세금 폭탄론’이 기생할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 존재하는 셈이다. 종부세는 부동산 보유세의 일종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다른 세금에 비해 장점이 많은데, 특히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부동산 보유세 중에서도 토지보유세는 효율성에서나 공평성 측면에서나 최고 점수를 받는 좋은 세금이다. 이런 세금은 높이는 대신, 불공평하고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다른 세금들은 낮추는 것이 올바른 조세정책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수십년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부동산 투기가 빈발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나 보유세 강화는 토지세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거의 합의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시늉만 했을 뿐 보유세 강화정책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종부세는 이처럼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오랜 숙제를 해결한 획기적인 세금인 것이다. 사실 주요 선진국의 부동산 보유세는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국세청 집계로,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고가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부동산 가격 대비 보유세 비율)이 0.26~1.01% 사이의 값을 갖지만, 미국의 경우 50주 대표도시의 ‘중위’ 실효세율이 1.54%다. 어떤 주는 실효세율이 무려 4%에 이른다. 조세총액 대비 보유세 비율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 등 다른 지표를 통해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선진국에 비해 무척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개인 부담의 증가와 일부 계층의 조세저항을 수반하지 않는 세제개편이란 없다. 문제는 정책이 공평성과 효율성을 높이느냐 여부인데,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세부담 증가만을 부각시키는 보수 언론들은 사기(私器)인가 공기(公器)인가?전강수/대구가톨릭대 교수·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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