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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06 19:25 수정 : 2007.12.06 19:25

고든 플레이크/ 미 맨스필드재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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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처음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한국 격언이 적절했다. 방문에 앞서 나는 무수한 관련 기사와 보고서를 접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대북정책 차이를 언급할 때 개성공단은 자주 거론되는 소재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의 개성공단 홍보는 거의 선교활동 수준이었다. 그러나 공단이 북한 정권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당시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은 나 또한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루 가 봤다고 해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직접 가서 본 경험의 영향은 컸다. 나는 실제 프로젝트의 규모나 현재 확장되는 속도를 상상하지 못했다. 도로·철도·전기·통신 등에 쏟아부은 한국의 투자 규모와 1단계 시설만 벌써 여의도 크기를 넘어선 개성공단의 현실은 내 예상을 크게 넘어섰다. 나는 결국 한국 정부의 ‘고집’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싫든 좋든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쉽사리 개성공단 사업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핵 문제의 완화로 공단 확장의 걸림돌이 사라진 터에, 미국은 신규 건설 규모나 그 속도에 놀라게 될 것이다. 공단 당국자들은 내년 말까지 150~200여 입주기업이 가동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범단지 입주기업 15곳만이 주목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입주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시장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개성공단의 자생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보조금 등 지원 내용의 투명성과 지원 효과에 대한 균형잡힌 분석도 필요하지만, 보조금의 문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내가 얘기해 본 개성공단 입주기업 기업인들은 한국 정부의 지원이 투자·생산가동 등 그들의 결정 과정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큰 지원책은 한국토지공사가 제공한 기반시설(인프라)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나 베트남이 투자 유치를 위해 조성한 공단지역의 여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정한 차이는 북한 지역에 설치한 공단인데 한국 정부가 ‘유치국 정부’의 구실을 맡는다는 점이다.

임금 규모나 지급 방식,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 환경 등의 문제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은 논쟁거리다.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과 협상을 통해 저임금을 유지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공단지역으로 한정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만 판매되는 물건이라면 몰라도, 국제시장에 수출하는 덴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을 통한 북한의 개혁·개방 촉진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역할도 의문시된다. 개성에서 남북 접촉이 계속되고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수가 늘어날수록, 분명 북한에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남북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서두른 탓에, 북한 사회와 노동자들을 국외 현실로부터 차단하는 조건을 한국 쪽이 수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장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이 미국이나 한국 정치와는 동떨어진 세계였다는 점이다. 적어도 공단내 개인·기업들의 관점에서 북핵문제와 개성공단은 별개였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나 핵실험 같은 ‘심각한’ 사태가 개성공단의 확장에 끼친 영향이 미미했다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원인이 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개성의 미래는 북한의 미래와 뗄 수 없는 관계다. 현재 개성공단의 발전 속도와 지금 이뤄지고 있는 노력을 보며,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갖고 있는 비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원문은 한겨레 영문판 참조

고든 플레이크/ 미 맨스필드재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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