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주/한국교원대 교수·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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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대선 정국이 급박하게 진행됨으로써 잠시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듯 하나,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두 건의 형사재판 1심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것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최대 규모로 수사가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대검중수부의 영장 청구가 12번이나 기각당한 바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금융 당국자들은 일관되게 이 사건들의 1심 판결 후에 론스타의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대한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자들의 이런 판단이 사려 깊은 공직자로서 올바른 자세라 할 수 있을까? 1심 판결을 기다리겠다면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고, 이런 절차로 재판에 맡겨두면 최소한 1∼2년은 기다려야 한다. 또한 큰 문제는 형사 판결이 유죄로 확정되더라도 매각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합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면 형사 법정에서는 그 사안은 처음부터 심리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매각승인의 취소 여부를 판단해 주지도 않을 재판을 전제로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는 꼴이 되는데, 이는 국외 투자자들에게 “한국에 투자하면서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투자자가 피고인이 아니어도 형사소송이 끝날 때까지 2∼3년간은 투자 회수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이미지만 남기게 된다. 금융 당국자들의 판단은 1심 판결을 기다려 유죄판결이 내려질 경우에는 ‘비록 론스타가 기소된 것은 아니지만 2003년 외환은행 매각승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일단 밝혀진 것’으로 보아,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매각 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금융 당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문제삼아 인수 자체의 승인을 취소하자는 것도 타당해 보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국제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론 실현될 수 없는 주장이다. 지난 3월 감사원에서도 “이론적으로 승인취소가 가능하기는 하나, 취소의 실익 및 그 파급효과, 취소 이외에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무죄판결이 내려질 경우에는 ‘매각승인에 문제가 없는 것이 법적으로 밝혀진 것’으로 됨으로써 매각승인을 할 수밖에 없다. 1심 판결이 유죄나 무죄로 선고되더라도 검찰이나 피고인이 항소하면 대법원 판결 때까지 사건이 확정되지 못할 것이고, 이 미확정 판결을 근거로 매각명령을 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판단은 법적으로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 판단의 결과는 금융 당국이 매각명령을 내리든 매각승인을 하든 모두 홍콩상하이은행(또는 2008년 4월이 지나면 제3의 인수자)으로의 매각을 허용하는 결과로 귀착된다. 따라서 금융 당국이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의 승인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형사법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론스타의 매각차익 실현을 저지하는 목표를 실현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금융 당국의 차선책은 무엇일까? 우선 금융 당국 스스로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매각이 국가 경제에 끼치는 공과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일부 ‘먹튀’ 논란 뒤에 숨지만 말고 론스타가 상당한 위험을 부담하면서 거액을 투자한 점도 인정하고, 한국이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부상하기 위하여 외환은행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공론화해야 한다.김범주/한국교원대 교수·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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