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3 18:51
수정 : 2007.12.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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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경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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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 참으로 찍을 사람이 없다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한탄한다. 비극이다. 국민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준 정치인들은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위장전입, 위장취업이 나쁜 것은 다 아는 일이고, ‘비비케이(BBK) 실상이 어떤 것이냐?’하는 문제는 검찰의 소관사항인데, 수사발표를 신뢰하는 쪽보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더 많아서 걱정이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는 내가 직접 몸을 담고 있고, 비교적 잘 알고 있는 ‘강사료’ 문제만 논하겠다.
나는 경기대에서 20년간 근무하다가 지금은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서울 시내 모 대학에 시간강사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한 시간에 약 4만원 정도의 강사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씨는 1시간에 1800만원, 정동영 후보는 1000만원의 강사료를 받았다고 한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그래 이명박 후보는 실력과 가르치는 기술이 나보다 450배나 되는가? 그래서 나보다 450배나 잘 가르치는가? 물론 그렇게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주는 대학이 나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준다고 다 받는가? 그것도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명색이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 ….
그래 한번 물어보자. 그 돈을 받을 때 우리나라 대학강사들의 시간당 평균 강사료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고 받았는가? 또 노력의 대가보다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내가 제일 세고 잘났기 때문에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는가? 또 대학 당국자들이 앞으로 내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니까 반대급부를 노리고 아첨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합당한 대가보다 엄청나게 크면, 그것은 실제로 뇌물과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가?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점잖게 사양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아부꾼들이 막무가내로 들이밀면 “아니 당신들, 교육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됩니까? 그 돈이 당신들 개인 돈입니까? 학부모들이 피땀 흘려 낸 등록금인데 이렇게 낭비하면 됩니까” 하고 점잖게 그들을 꾸짖는 것이 참된 지도자의 도리가 아닌가? 그것마저도 교육관리자들의 체면을 생각해서 곤란했다면 바로 그 돈을 들고 나와서 노력의 대가만 빼고 장학재단이나 장애인재단 같은 곳에 기부할 생각은 안 했는가?
그런데 뭐라고? 집 한칸만 빼고 모든 재산을 내놓겠다고? 위장취업시켜서 탈세하고 뇌물성 돈을 받을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피와 살 같은 재산을 모두 내놓으려고 하나? 내 아둔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최소한 그에 앞서 위장취업이나 위장전입, 과다한 강사료 같은 것에 대해 진정으로 고해성사와 참회를 하고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진실로 속죄의 뜻을 보여야 한다. 그냥 건성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는 말만 가지고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먹고살기 위해 시간당 3만∼5만원, 주당 20여 시간이나 몸을 혹사하는 시간강사들이 얼마나 크나큰 소외감, 박탈감, 열등감을 느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는가?
어쨌든 요새 살기가 힘들어 그런지 ‘경제제일주의’에 압도돼 도덕성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는 것 같다. 먼저 사람이 올바로 되어야 정치가 올바로 되고, 정치가 올바로 되어야 경제도 올바로 되기에 도덕성 흠결 여부를 후보 선택의 제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덕성을 경시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능력문제는 힘을 모으고, 머리를 빌리면 된다. 그러나 도덕성 없는 리더십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자가 부동산 투기자를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다.
안현수/경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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