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2.18 18:46
수정 : 2007.12.1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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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희/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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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인들을 만날 때 기후변화를 화제로 올릴 기회가 종종 있는데 그 반응이 무척이나 다양하다.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는 아직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가 직접 와 닿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바닷물 수위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운명을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안타깝기는 하지만 우리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국지적 현상으로 넘기고 만다. 또한 지구 온난화가 되면 겨울이 따뜻해지니까 나쁠 게 없다는 대답부터 아직 우리나라는 의무감축국도 아닌데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일부러 먼저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과연 그런가? 한반도 평균기온 상승으로 사과 재배 한계선이 영월까지 북상하고, 전남 보성에서 자라던 녹차는 남한 최북단인 고성까지 올라오는 등 농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도 10년마다 3배 이상씩 늘고 있고, 심지어 아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1994년 6명에서 2006년에 2051명으로 급증하는 등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후적인 측면만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자동차·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들에 대한 무역규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문제가 환경적인 문제를 넘어 친환경 제품을 둘러싼 치열한 선점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들이 2012년까지 1차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게 된다. 지난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끝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포스트 교토 체제, 즉 2013년 이후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나라별 구체적인 감축부담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감축이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의 차이일 뿐 선진국·개도국 모두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의 국제 논의 동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의 지위, 그리고 온실가스 10대 배출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13년 이후에는 의무부담 회피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런 국내외적 현실을 직시하여 내년부터 5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번 대책은 1999년부터 시작된 세 차례의 대책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담았다. 먼저 기후변화대책에 대한 로드맵을 조속히 수립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한편 (가칭)기후변화대책법을 추진해서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우리나라에 부담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향후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고자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친환경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일각에서는 산업계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국제적 감축 노력에 동참이라는 측면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경제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먼저 나서야 한다.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의 악영향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주요 선진국들의 주요 제품에 대한 무역규제 움직임을 보아서도 그렇다. 무역규제는 국내적으로 일자리 창출 문제와 직결되며,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시장 규모도 2010년에 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먼저 대응하는 것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
기후변화 문제는 단기적으로 보면 부담으로 와 닿을 수 있지만 조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우리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그리고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원천으로 활용될 수 있다.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윤대희/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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