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04 19:28
수정 : 2008.02.0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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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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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류 역사상 최대의 실험이었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론적 기초였던 변증법적 유물론은,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그 효력이 정지되었다기보다는 여전히 그 이후 역사발전의 방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예컨대 유럽 사회주의 운동의 본산지였던 프랑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유럽 나라들은 우파정권의 집권과 함께 사회적 평등보다는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을 앞둔 이명박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것은,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도덕적 잣대는 뒤로 하고 오로지 우리 경제의 회생을 바라는 절박한 바람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실질적인 경제회생을 바라는 절박한 기대로 탄생하게 된 이명박 정부인 만큼, 과거의 설익은 이데올로기 실험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모든 주요 국가정책 과제들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대선전략으로 청계천 복원과 같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가시적 의제가 필요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물류비용을 줄이는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의 제약이 매우 심각한 나라의 경우,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효과적으로 정하는 건 경제의 사활을 결정할 정도로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이를 지난 10년 동안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인 생존을 좌우할 산업구조가 더는 운하에 의존하는 중후장대형 산업일 수 없다는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지금의 우리 산업 수출상품 구조를 보더라도 분명하다. 특히 중국의 기술력이 조만간 우리 주요 수출산업의 기술수준을 추월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시점에 우리의 미래 주력산업과는 무관한 토목사업에 국가적 재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은, 과거 정권의 이데올로기 우선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뉴딜정책과 같이, 일시적 고용창출을 겨냥한 대규모 토목사업의 추진이라면 구시대적 포퓰리즘과도 차이가 없다.
이제 집권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 쪽에 필요한 일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필요했던 것처럼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정치적 쇼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회생에 필요한 응급조처가 산업별로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늘 그랬듯이, 정부의 역할은 기술혁신을 통해 이윤창출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이윤동기를 효과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예컨대 기술력은 갖췄으나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을 청소년처럼 지원해주고, 경제 효율성에 역행하는 강제적인 기업 재배치 정책들도 바로잡고, 말만 무성한 가운데 실현되지 않았던 소외계층 기술 재교육 및 취업 지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 이후의 산업구조 재편 및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청사진 구축 등 이루 헤아리기조차도 어렵다.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 마련이 곧 장기적인 국정방향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지금 우리 경제와 미래의 우리 산업구조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절박한 정책들의 우선순위와 이행계획을 되짚어보자. 그리고 대운하 사업에 올바른 정책의 우선순위를 찾아주자. 토목공사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 즉 한계효용에 걸맞은 정책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더는 설익은 이데올로기 실험장이 아니라 경제회복의 실질적 계기를 만들어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당선인의 공언처럼, ‘진실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김영한/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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