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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8 19:23 수정 : 2008.02.18 19:23

조희연/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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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여러 가지 원리 중에 법치라는 원리가 있다. 법치는 여러 가지 함의를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언어로 하면 이중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명지대 교수로서 휴직상태였던 김창호 홍보처장이 명지대로 복직하는 데 대해서 명지대 교수협의회가 반대를 했다. 나는 김창호 ‘개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기가 없고’ ‘일부 언론의 눈에는 공적’처럼 간주되고 있는 홍보처장의 ‘재직 때의 활동으로 인한 교수직 해직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참여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마음에서 우리사회와 명지대가 이 문제를 합리적 토론의 주제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홍보처장이 추진한 ‘취재선진화 방안’이 언론탄압이기 때문에 해직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하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의 경우는 특히 이런 견해로 접근하고 있다. 명지대 교수협의회는 “왜곡된 언론관을 갖고 있는 김 처장이 디지털미디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부적절하다는 것이 교수들의 여론”이라고 해서 복직을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이러한 해직 요구의 근거가 타당한가 한번 합리적 토론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취재선진화 방안 자체에 대해서도 나는, 국가관료들이 ‘참여정부와 보수언론의 대결’ 뒤에 숨어버리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개혁단체 상당수는 찬성을 했고 그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존 기자단의 문제점에 대한 개혁요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탄압이나 부적절한 언론관이라는 명분으로 교수의 해직을 주장하는 것은 한번 토론해야 할 주제다.

둘째, 설령 홍보처장이 재직 때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교수가 휴직을 하고 외부에서 정부 활동을 한 것인데(나는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 활동의 문제점으로 교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도 교수가 많이 진출하고 있고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학교로 복직하는데 그들의 외부활동 중 대단히 논란이 되는 사안이 생겼을 경우, 그 사안으로 교수직으로의 복직을 반대하는 것이 정당할까 하는 동일한 기준에서 판단되어져야 한다.

셋째, 그것까지도 양보를 하더라도, 해직은 한 개인에게는 대단히 가혹한 일이다. 우리는 문제 사학에 의해서 해직된 많은 교수들이 힘들게 복직투쟁을 하는 사례를 보아 왔다. 김 처장의 경우를 이 범주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해직의 경우는 다른 모든 경우와 달리 대단히 신중하고 긴 절차를 통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방식은 ‘인민재판’ 식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법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 않은가 생각된다. 더구나 재단과 갈등하면서 교수와 학생의 권리를 옹호해야 할 명지대 교수협의회가 ‘교수의 해직을 요구’하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가 않다. 복직 반대이지 해직요구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집행부의 정치적 판단이 아닌지, 나아가 내부에서 진지한 논의들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차제에, 우리는 진지하게 민주사회에서 ‘교수의 정부참여 혹은 정치참여’ 및 ‘복직의 기준’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토론하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혹시 우리 스스로가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면서, 또한 과거 독재 시기와는 달라진 변화를 고려하면서, 민주주의의 원리에 비추어 개방된 토론을 해가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희연/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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