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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8 21:10 수정 : 2008.02.28 21:18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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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과 26일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통위법)이 각각 통과되었다. 정부조직 개편은 여론의 검증 절차를 거치며 일부 조율이 됐지만,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통합으로 이어지는 방통위법은 중요한 사안임에도 방송 관련 종사자들의 관심 외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방송, 통신 그리고 전파 업무에 대한 포괄적인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라는 거대한 공룡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 ‘공룡 방통위’는 우리 헌법상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와 부합되지 않는 요소가 많아 논란을 빚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통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방통위의 비독립성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점과 인적 구성에서 드러난다.

‘방통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둔다는 방통위법 제3조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화 시대에 부합되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결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합목적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방송은 다양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사적·공적 사상 형성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형성한다는 방송의 공익적 측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방송은 국가의 직접적·간접적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방통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둔다는 것은 대통령의 방통위 소관 사무에 대한 일반적인 행정적 지휘·감독권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바, 집권자의 자의적인 정책결정을 배제하는 법치주의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과거 우리의 방송역사가 통치자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던 역사의 전철을 되풀이할 우려를 낳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방통위의 비독립성은 방통위의 인적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방통위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과 여당이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을 임명하고 야당이 2명을 임명하는 구조로 돼 있다. 따라서 합의제 기관임에도 실질적으로 다수결 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조직 구성의 허구성을 안고 있다.

방통위법은 법적으로 ‘의회유보의 원칙’과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고 있어 위헌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입법권은 국회의 대표적인 권한이며 행정부에 의한 입법, 즉 행정입법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해 구체적이고 특정화된 위임의 범위 내에서의 입법을 의미한다. 그러나 방통위법 제11조는 방통위의 소관사항을 방송, 통신 그리고 전파에 관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그 구체적인 소관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특히 집행명령만이 아니라 법규명령 사항까지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방송, 통신 그리고 전파에 관한 실질적인 사항을 국회가 아니라 대통령이 정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이것은 ‘방송의 독립을 위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은 의회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회유보 원칙에 위반되고, 법률에서 구체적인 소관사항을 위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는 위헌성을 안고 있다.

이외에도 방통위법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방송과 신문 겸영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이 결정할 수 있게 해 민주적 기본질서 형성의 전제조건인 ‘사상의 자유 시장’을 파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방송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국민의 건전하고 민주적인 사상 형성의 전제조건이다. 방송영역에서 법치주의 확립은 곧 민주주의의 기본조건이다. 국회는 방송의 독립이라는 측면에서 위헌성을 내포하는 현행 방통위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다른 모든 방송 관련 입법도 법치주의에 부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우정 계명대 법경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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