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5 19:55
수정 : 2008.03.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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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지속가능발전 커뮤니티 ‘서스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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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 환경부 장관 내정자가 7일 국회 인사청문회장의 주인공 자리에 앉을 예정이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너무 사랑했던’ 나머지 표표히 자연으로 돌아간 전 후보자와 달리, 그는 장관집무실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임기 3대에 걸쳐 환경 관련 요직을 지낸 이른바 ‘검증된 인물’. 야당의 예봉을 무던히 피해갈 것으로 보이는데다 ‘지역안배’라는 충분조건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환경부 장관이 된다면, 우선 두 가지를 부탁하고 싶다. 먼저 공중에 붕 뜬 지속가능발전위원회(지속위)를 서둘러 안착시켜 주길 바란다. 지속가능한 경제·사회·환경정책을 통합하는 소통기구로 유엔 권고에 따라 출범한 지속위 기능을 없애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될 수 없다. 대통령 직속이든, 국무조정실 관할이든, 지속위의 조직 형태나 위상이 합리적으로 정의돼야 하겠지만, 그 기능과 명칭이 확실히 존치돼야 의미가 있는 일이다.
새 정부 조직개편의 하나로 ‘지속위 폐지법안’이 마련됐지만, 3월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에 계류 중이다. 지속위는 다른 위원회 조직처럼 대통령령에 근거하지 않고 작년 7월에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에 따라 일단은 존치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4일부터 법적 효력을 지닌 명실상부한 법정조직이기도 하다.
녹색연합을 비롯해 지속가능 관련 의제를 다루는 모든 조직들은 줄곧 지속위의 ‘지속’을 주장해 왔다. 국회 환노위도 여야 한목소리로 이에 동조했다.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속위 폐지법안’을 17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그냥 놔두기로 했다. 17대 국회가 끝나면 저절로 폐기되기 때문이다. 새 환경부 장관은 임명장을 받자마자 ‘지속가능발전 기본법’ 시행령을 만들어 지속위를 ‘지속’시키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진두지휘할 미래지향적 거버넌스를 합리적으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
두 번째 부탁은 좀 가볍다. 환경부 장관 내정자가 환경부 차관 시절 주도해 도입했던 ‘폐기물 생산자 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좀더 피부에 와닿는 정책으로 구체화해주길 바란다. ‘책임 재활용’의 대상은 우선 ‘휴대폰’이 됐으면 좋겠다. 휴대전화 관련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선진국들은 이미 강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휴대폰 재활용 관련 법규에 따르면, 휴대폰 생산자가 자사 폐제품의 재생비율을 85%까지 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100% 재활용’을 뼈대로 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일본도 최근 사용이 끝난 휴대폰을 판매점이 회수하는 의무를 법제화했다. 5개 대륙 25개국에서 2억명이 쓰는 휴대폰을 만드는 보다폰은 지난해 중고 휴대폰을 수거해 최고 59%까지 재사용했다고 자랑한다. 우리처럼 휴대폰을 자주 바꾸지 않는 유럽 사람들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재활용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당장은 한국 기업들이 귀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앞장서는 기업이 궁극적으로 더 사랑받게 될 것이다. 누구보다 소비자들이 반길 것이고, 자원과 에너지 절약은 물론 폐기물 문제 해결에도 한몫 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부탁은 자못 상징적이다. 지속위 문제는 평행선을 달리는 ‘환경’과 ‘개발’ 논리를 합리적으로 버무리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를 본격 구현한다는 점에서, 환경부 수장의 첫 ‘상징 업무’로 손색이 없다. 휴대폰 재활용 문제는 환경문제를 규제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높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휴대폰이 현대문명의 상징물이듯, 그 재활용 독려는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북돋는 ‘상징 행위’가 될 것이다.
이상현/지속가능발전 커뮤니티 ‘서스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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