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3.06 20:00 수정 : 2008.03.06 20:00

조원일/KIST 책임연구원

기고

지난 1월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34억달러로 11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유가와 반도체 가격의 하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적자 폭을 다소 메워준 것은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은 우리나라를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전체 국민의 85%인 4000여만명에 이른다. 사실상 전국민 휴대폰 시대다. 이는 물론 휴대폰 가격이 싸졌기 때문이겠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아진 데 있다. 그 비결은 전지(배터리)였다.

전지는 정보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일등공신이지만, 항상 뒷방 차지였다. 일반인이야 그렇다 쳐도, 정책 당국까지도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미래 산업의 핵심 요소로 전지를 꼽아 차세대 전지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과는 판이하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도요타자동차가 한 선언은 상징적이다. 201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신차의 핵심 요소는 전지다. 일종의 하이브리드카이지만,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전기가 주 연료고 석유가 보조 연료다. 각국이 꿈꾸는 ‘탄소 제로’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다.

전지는 미래 산업의 핵심 요소다. 탈석유 사회 구현을 위한 전략기술이기도 하다. 석유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에너지는 전기다. 배터리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다. 현재 평소 우리의 발전용량은 평균 소비량을 웃돈다. 피크타임 소비량을 웃돌게 설계돼 있다. 그 때문에 평소엔 전기가 많이 남는다. 이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할 수만 있다면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고유가는 물론이고 이산화탄소 의무감축 및 탄소배출권 매매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안타까운 수준이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후속으로 추진하는 ‘15대 전략기술개발사업’에서 전지 부문을 제외했다. 전지 산업의 규모가 작고, 또 전지 기술은 쉽게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진 각국의 노력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인지 알 수 있다. 전지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는 정부, 학계 그리고 국민의 인식 전환이다. 플러그인 자동차에 탑재될 리튬이차전지의 용량은 최소 10㎾는 되어야 한다. 휴대폰 전지의 2000배 용량이다. 휴대폰 전지의 성능을 개선하듯이 ‘뚝딱’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둘째는 정책적 지원이다. 그동안 정부 지원 덕분에 우리의 리튬이차전지 사업화는 불과 10년의 역사에서도 세계 2위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규모나 수익 그리고 기술력에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선두를 차지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산업규모가 엄청나게 커질 중대형 리튬전지의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다. 중대형 개발에는 소형보다 10배 이상의 자금이 들어간다. 셋째는 차세대 전지의 연구개발과 기획, 점검 등을 총괄하는 기구의 설립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지원해 1991년 설립한 미국 고성능전지 컨소시엄(USABC)처럼 가칭 대한민국 고성능전지 컨소시엄(KABC)을 설립해야 한다. 자동차회사와 전지회사 그리고 전지소재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고 응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전지는 지금까지 그저 전자부품 가운데 하나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전지는 미래형 자동차, 지능형 로봇, 우주항공산업의 핵심 요소다. 특히 에너지 저장과 직결되므로 탈이산화탄소 사회를 구현하는 지렛대가 된다. 일본은 세계 1위의 전지 강국이면서도 2030년대까지 염두에 둔 전지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조원일/KIST 책임연구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기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