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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8 19:49 수정 : 2008.03.28 19:49

송보경/서울여대 교수·소비자리포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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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생쥐머리 새우깡, 동원 칼날 참치 등 불량식품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식품안전 체계로는 예견된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계속되는 불량식품에 소비자로서는 이제는 더 터질 분통도 없고, 가슴만 답답하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새우깡도 참치도 ‘국민 식품’이라는 점이다. 최근 이탈리아산 치즈에서 다이옥신 검출로 리콜됐어도 소비자는 덤덤했다. 그러나 오래된 친구에게 배신당한 쓸쓸함처럼 새우깡과 참치 이물질은 안전성을 넘어 소비자가 받는 상처가 크다.

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할까? 원인이 복합적이기는 하지만 이물질 사건으로 좁혀서 보면 △이행 점검 없는 식품행정 △책임을 묻지 않는 자율정책 △기업 과잉보호 식품정책 △무기력한 소비자 행동 등으로 이유를 뜯어볼 수 있다.

식품 사건이 생길 때마다 떠들썩하기만 했지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고, 사건을 책임지는 사람도 기관도 없었다. 2006년 여름 2천여 학생들을 앓게 한 최악의 대형 급식사고였던 씨제이푸드시스템의 급식사고 때도 “원인을 밝힐 수 없으므로 모르겠다” 정도로 끝냈다. 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사고의 빈도와 그것을 처리하는 기업의 태도다. 새우깡 사건은 한마디로 무책임하다. 생쥐머리 새우깡 사건에서 생쥐보다 더 끔찍한 것은 기업의 태도다. 무책임하다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이것을 고쳐야 한다.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정부의 규제와 소비자의 선택일 것이다. 시장에서 기업은 소비자가 무서워야지 대통령이 질타하니 겨우 사과문을 내는 기업이라면 이들은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 무책임하긴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단체가 식품안전을 주문하면 정부는 무역 마찰, 일자리 창출에 줄 영향, 그리고 기업에 불리하면 시장에 역행한다고 이리저리 피했다. 정부가 하지 못하면 소비자도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소비자 행동이 있어야 기업이 소비자를 무시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 회사의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 단호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한국도 외국과 비슷한 식품 관련 제도가 있지만 다른 나라와 커다란 차이는 정부의 집행 의지와 소비자의 단호한 행동이다. 3년 전, 영국 정부는 수입 라면의 방사선 조사 식품 표시가 부적절하다고 해당 라면을 리콜했다. 일반 제품의 포장표시 위반과 달리 식품회사의 법위반은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식품에 관한 한 소비자들의 태도가 단호하다. 회사가 속이는 것이 발견되면 소비자는 불매로 시장에서 응징하고 책임자는 얼굴을 드러내고 사죄한다. 2000년 6월, 일본의 그 유명한 스노우유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회사가 자기들의 잘못을 숨긴 채 우유를 마신 소비자의 식중독을 소비자의 체질 탓으로 돌리려다 기자의 추적보도로 업체의 잘못이 밝혀졌다. 그 당시 탈지분유 홋카이도 생산 공장의 정전으로 탈지유에 세균이 번식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식품 안전관리 강화 대책이 발표되고 대통령이 식품 집단소송제를 강하게 주문했다.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만으로 이번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식품 안전관리 강화대책’이 대통령 보고용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즉시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실행위원회를 꾸려서 추진해야 한다. 소비자는 요란한 식품안전 말잔치를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보고가 실현되는 ‘안전한 식탁’을 속히 보고 싶다.

송보경/서울여대 교수·소비자리포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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