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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11 21:34 수정 : 2008.04.11 21:34

오명석/상주 병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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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는 낙동강 상류지역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상주 경천대에서 5㎞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고향이 전라도 광주인 저는 영산강 상류에서 자랐습니다. 광주 첨단 산업단지가 생기기 전, 어린 시절 넓은 백사장에서 놀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라면서 백사장은 없어졌고, 지금은 썩은 물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1992년 병성교회에 처음 부임한 뒤 냇가 백사장에 매혹되었습니다. 사하라 사막처럼 넓은 백사장을 처음 봤습니다. 그 후 저는 백사장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는 백사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밤이면 모래 위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봤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없어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작년부터 대운하 계획이 나오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찬성과 반대 여론을 찾아보니 반대의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제 효과나 관광 효과도 약하다는 것, 수질 오염, 홍수 피해, 생태계 파괴 등이 일어날 거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찬성 글은 별로 없었고 그 주장도 빈약한 경제논리로만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종교인이자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운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가치가 있습니다. 환경학자 홈즈 롤스턴은 자연의 가치를 13가지로 이야기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가치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연은 아름다움의 가치가 있습니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면 아름다움이 밀려옵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순수해집니다. 아름다움은 영혼을 맑게 하고 순수하게 합니다.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줍니다. 아름다움을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활력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다 사라져 버립니다.

둘째, 자연은 종교적 가치가 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성스러움을 자극합니다. 해지는 강가 노을을 바라볼 때,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볼 때, 우리의 마음은 거룩해집니다. 자연이 없다면 종교심이 나왔을까요? 인간이 만든 가공물에서 종교심이 일어날까요?

셋째, 자연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갈 때 마음의 안정감을 느낍니다. 자연은 우리의 근원이며 뿌리입니다. 그런데 자연을 마음대로 훼손한다면 우리는 고향을 잃어 버리는 것입니다. 고향을 잃고서 어디 가서 안식을 찾을까요? 저는 어려서 보았던 고향을 잃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상주에서 다시 고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금 고향을 잃어 버릴 위기감에 싸여 있습니다.

왜 우리는 경제적 가치 하나를 위하여 자연의 모든 가치를 잃어 버려야 하나요? 세상에는 돈보다 더 귀한 것이 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이 자연의 아름다움, 성스러움, 그리고 고향입니다. 그것이 강과 모래와 그 안에 사는 생명체들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연을 가족으로 대한다고 합니다. 강을 자매로, 나무를 형제로, 산을 할아버지로 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은 자연을 물질로 대합니다. 자연을 죽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을 헐고, 바다를 메우고, 강을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살아 있습니다. 강은 살아서 수천 년 꿈틀거리며 자기 길을 만들었습니다. 모래는 살아 있습니다. 수천 년 끊임없이 구르며 쌓이며 물을 정화시켰습니다. 강속 물고기는 살아 있습니다. 한국의 고유 어종들이 보금자리를 이루며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슨 권리로 그들의 생명을 파괴하려는 것입니까? 누가 생명을 파괴할 권한을 주었습니까?

오명석/상주 병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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