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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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9월18일 불법 파견(파견대상 업무 위반 또는 무허가 파견 사업주로부터의 파견)의 경우에도 2년을 초과하여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 때에는 사용 사업주가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의제하는 직접고용 간주 규정이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문제는 1998년 파견법이 시행된 이후 노동현장과 노동법학계에서 중요한 쟁점이었다. 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다른 태도를 취했고, 하급심에서 상반된 견해의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그동안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없었는데 비로소 대법원이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위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기까지 했다. 근로자 파견은 간접고용의 한 형태다. 실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와 계약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분리되는 간접고용은 본질적으로 중간착취의 폐단을 내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 법률은 허가를 받은 근로자 공급과 근로자 파견만 인정하고 있다.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파견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직접고용 간주 규정을 두었다. 근로자 파견이 적법한지 불법인지는 파견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용 사업주와 파견 사업주에 의해 결정된다. 적법 파견인지 불법 파견인지에 관계없이 파견 근로자의 처지에서는 고용안정이 절실히 요청된다. 직접고용 간주 규정의 적용을 적법 파견인지 불법 파견인지에 따라 달리하는 것은 아무런 귀책사유 없는 파견 근로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된다. 직접고용 간주 규정을 적법 파견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적법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사용 사업주보다 불법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사업주를 보호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법해석은 정의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법을 조장하는 것이다. 대법원도 위와 같은 해석이 파견법에 위반하는 행위를 조장하고 근로자 파견 사업 허가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위 대법원 판결은 상식을 확인한 당연한 판결이다. 아쉬운 점은 이미 2006년 12월 불법 파견의 경우에도 2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사용 사업주에게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파견법이 개정되었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법 개정 전에 위와 같은 판결을 선고하고 그러한 대법원의 뜻이 법개정으로 이어졌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경우 소수의견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위 판결은 소수의견 하나 없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렸다. 이는 그만큼 법리가 명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판단한 노동위원회와 하급심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일부 하급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06년 2월10일. 선고 2004누14399)은 직접고용 간주 규정 등 파견법 규정을 불법 파견에 적용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의 권익보호에 미흡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파견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그 적용을 배척하였다. 또한 법을 지킨 사업주보다 법을 위반하는 사업주를 더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불법을 조장하는 해석이라는 지적에 눈 감았다. 소수자와 약자 배려라는 인권과 정의에 대한 감수성이 너무도 부족한 결과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최소 수혜자의 지위에 있는 간접고용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사내도급 등을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시도를 막고, 개정 파견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경쟁과 효율이 강조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질 수 있다. 그럴수록 법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바로 현재의 우리 사회가 법원의 그러한 역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김선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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