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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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를 넘어도 너무 넘고 있다. 촛불정국 이후 이명박 정권이 보이는 행태는 금도를 넘어섰다. 이런 권력의 행태를 검찰·경찰과 같은 권력기관들이 뒷받침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이 여전히 얕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민단체나 시민운동가라 할지라도 잘못이 있으면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고, 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의 수사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부패사범이나 권력비리를 수사해야 할 서울지검 특수부가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의 계좌추적을 하는 데 매달려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최열씨를 불러 조사도 하기도 전에 피의사실 공표가 이루어진 것도 수사의 목적을 의심하게 한다. 수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 죽이기가 목적이라는 의혹을 받을 만하다. 게다가 시민단체에 후원금을 낸 기업체들까지 불러서 조사하는 것은 치졸하고 무리한 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도 모두 불러서 조사를 해야 형평성에 맞을 것이다. 권력의 표적이 된 것은 시민운동만이 아니다. 촛불이 한창일 때는 대통령이 사과까지 해 놓고,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듯 누리꾼이나 유모차 부대, 그리고 예비군복을 입었던 집회 참가자까지 수사하고 있다. 그리고 <와이티엔>, <한국방송> 등에서는 징계와 인사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렇게 할 것이었으면 사과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 또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시민단체 회원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그 시민단체의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신청 자격을 박탈하고 시민단체에 지급된 보조금을 환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정당의 당원이 정치자금법이나 정당법, 선거법을 위반하면 그 정당에 지급한 국고보조금을 환수하는 법률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 의원에게 그동안 지급된 세비 등도 환수하는 법률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지호 의원이나 한나라당이 당연히 그런 법률안을 발의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 자신은 아무런 제약 없이 국민 혈세를 받아쓰면서 시민단체에는 정치보복이나 하려는 비실용적 집단에 불과하게 된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고자 하는 극단적 태도들이 횡행하고 있다. 내용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비판하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니 뭐니 하면서 상대방에게 딱지 붙이기에 급급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권력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보복을 하는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극단과 보복이야 말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적이다. ‘법’을 정치적 보복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배제하는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우리 사회를 ‘닫힌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잘못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좋고 범죄가 있다면 수사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해야 하고, 권력의 의도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삶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든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에 대해 권력을 이용한 보복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용서받지 못할 권력남용’이다. 그런 권력남용을 저지른 권력자와 그에 협력한 권력기관들, 그리고 그에 복무한 사람들은 아마도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용서받지 못할 자’가 될 것이다.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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