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10.28 21:15
수정 : 2008.10.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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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신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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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난 주말 고3 진학담당 교사가 급하게 전화를 걸어와 ‘1차 합격자 발표 결과 특목고생은 5, 6등급도 합격했는가 하면 일반계 고등학생은 1, 2등급 학생이 탈락했다. 같은 고등학교에서도 내신 성적 우수자가 탈락하는 사례가 있다. 고려대가 공지한 방식과 실제적 내용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른 것’이 무엇인지 너무 감이 안 잡혀 진학지도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2009학년도 수시 전형에서 고려대가 아무도 이해 못할 합격자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선발은 1차에서 내신성적 90%와 비교과 10%를 반영하며 최종 합격자의 15~17배수를 선발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사 제보와 학부모 학생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일반계 고교 고사 작전인가? 아니면 고교등급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가?
논란이 거세지자 고려대는 보정점수라는 것을 주장했다. 이 보정점수라는 것이 내신 등급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흔히 수험생 내신 성적은 고교가 부여하되 실제 대입에서는 해당 대학이 제공하는 내신 성적 산출표에 수험생 성적을 대입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고려대는 그 대학 통계학과 교수가 개발했다는 공식, 일선 교사들이 계산을 할 수 없는 공식을 적용하는데 이때 몇 가지 변수라는 것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럴 때 기본점수를 아주 높게 주고 보정점수를 넣으면 당락은 당연히 뒤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고려대는 인위적으로 왜, 무엇을 위해 내신 성적의 등급을 조정하는가? 수험생으로서 고교 3년간 12번의 시험을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살인적인 경쟁을 치렀는데, 이 점수가 거의 변별력이 없고, 여기에 당락을 결정하는 보정점수가 들어간다는 것은 고교등급제 적용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 2004년 가을, 고려대를 비롯한 서울시내 몇몇 대학이 수시 입학에서 특목고, 서울 강남권 고교, 강북지역 고교에 대해 자체 등급을 매기고 일괄 점수를 주고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때도 고려대는 ‘보정점수’ 타령을 했고 이 점수가 곧 야만적인 고교등급제로 밝혀졌다. 당시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난 대학들은 교육부의 행·재정적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고교등급제는 여전하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경기지역 외국어고등학교 졸업생의 서울대 진학률은 높지 않지만 고려대와 연세대의 진학 비율은 4명 가운데 1명을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려대는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서울의 거의 모든 대학이, 특히 스카이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은 특목고 출신 학생을 뽑으려고 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특목고 출신 학생의 50% 이상이 연·고대 등에 입학하면서 특목고는 입시목적고로서 상한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 국제중 논란, 외국인학교 논란이 이렇게 심한 것도 이들 학교가 중학교판 특목고가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전국의 특목고 학생 수는 1만2천명, 이른바 스카이 대학 입학생 수와 맞아떨어진다. 그러니 초·중학교 학부모들이 특목고 입시에 목매달고 있으며, 이는 살인적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한국의 초·중등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렇게 똑똑한 학생을 뽑은 스카이 대학들은 세계 20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다. 고려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해가 갈 만한 설명을 하거나, 아니면 입시 사정을 전면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
김정명신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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