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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0.30 19:41 수정 : 2008.10.30 19:41

정상모 (사)평화민족문화연구원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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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시작돼 한국 언론까지 호들갑을 떨었던 ‘북한 중대 발표설’, 이따금 나타나는 단순한 오보의 해프닝인가? 지난 2006년 10월11일에도 일본 <니혼티브이>가 ‘북한, 2차 핵실험’을 보도해 세계 언론이 오보 소동을 벌였다. 니혼티브이가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끼워맞추기식 보도를 함으로써 ‘북한 핵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오보 소동의 발단은 “북한이 ‘중대 발표’에 대비한 금족령을 세계 각지의 재외공관에 내렸다”는 짤막한 내용의 <요미우리신문> 기사였다. 한국 언론이 이 기사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덩달아 날뛰었고, <산케이신문>이 ‘소문’과 ‘관측’까지 동원해 뻥튀기를 했다. 마침내 이 소동은 한국의 보수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중국 <시시티브이>와 <연합뉴스> 보도를 거짓으로 인용·조작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설’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북진통일 전쟁론’의 막가파식 주장까지 나왔다.

일본 언론의 무책임도 문제지만, 개탄할 일은 더욱 날뛴 한국 언론의 행태다. 요미우리, 특히 대표적인 극우지 산케이의 보도 성향과 낮은 신뢰 수준을 일반 언론인이라면 너무나 잘 알지 않는가. 한국 언론이 이 상식적인 측면만 고려했더라도 오보의 오류를 범하진 않았을 것이다. 보도에 신중을 기울이지 못한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문제는 언론의 무책임 탓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중치 못한 오보 소동이 건듯하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1992년 ‘북한 핵실험설’을 비롯해 94년 ‘김평일 망명설’에 이어 ‘김일성 사망설’, ‘양강도 핵폭발 의혹’ 따위의 오보들이 왜 계속 터져 나오는가? 이는 언론이 신중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북한 문제만 나오면 신중성을 잃게 되는 보수언론의 민감성이다. 한국이나 일본의 보수언론은 북한 문제에 매우 예민하다. 북한 문제라면 오보를 무릅쓰고 크게 다루려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의 경우, 문제의 핵심은 일본의 보수 정치세력이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북한 위협론’을 군사대국화 전략의 빌미로 삼는다는 점이다.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일본 국민의 민족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보수적 국민 기반의 확대 및 강화, 이를 바탕으로 한 헌법 개정, 군사 대국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보수 언론이 북한 문제를 왜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려는지 그 해답의 실마리는 바로 이 전략에서 비롯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이다. 일본 열도가 들끓을 정도로 일본 언론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일본 신민족주의’가 부활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이제 북한 문제만 나오면, 그 기사 내용이 짧든 허위든 그 반응과 호응이 대단할 정도로 ‘북한 위협론’의 군사대국화 전략 시스템은 일본에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일본이 6자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도 없는 납치문제를 들고 나와 ‘훼방’을 놓는 것도 바로 이 전략적인 이유 때문이다. 일본이 군사대국화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 문제가 계속 터져 나와야 한다. 일부 극우 일본인들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미-일 군사동맹 관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반대한다. 한반도 위기를 자국의 군사대국화 전략의 빌미로 악용하려는 일본 언론의 전략적 의도에 한국 언론이 덩달아 놀아나서야 되겠는가.


정상모 (사)평화민족문화연구원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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