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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30 21:09 수정 : 2008.12.30 21:09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소유규제 유지 내용규제 폐지

지상파 방송은 다른 매체들과 달리 희소성이 있는 전파 자원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전자파는 간섭현상이 발생하여 한 사업자가 특정 주파수대에서 방송을 하게 되면 다른 사업자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주파수대에서 방송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전파 자원은 국가 소유로 유지된다. 또 이를 이용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국가 개입이 헌법적으로 더욱 자유롭게 허용된다.

한나라당은 아이피티브이(IPTV) 등이 방송을 대체하면서 전파 자원의 희소성이 급격히 떨어져 다양한 방송 소유 규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방송사 소유 규제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신문·방송의 겸영 금지는 전파 자원의 희소가치 때문이라기보다는 방송을 통해 형성되는 여론의 다양성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영화관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영화의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스크린쿼터가 불필요해지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의 위협이 어디에서 오느냐에 따라 다양성 보호조처의 대상은 달라져야 한다. 영화시장에서는 자본집약적으로 생산된 외국영화가 다양성을 해치므로 쿼터의 대상이 외국영화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언론에서도 신문이든 방송이든 그 시장이 소수사업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면 규제의 대상은 바로 그 사업자들이 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신문·방송 겸영 금지가 필요한 것이다.

미국에도 같은 이유로 신문·방송 교차소유 금지제도가 존재한다. 2007년12월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신문·방송 교차소유 금지를 완화하려 하였다. 곧 미국 내 20대 미디어시장에 한하여 각 시장의 4대 방송을 제외한 방송에 대해서는 교차소유를 허용하려 하였다. 물론 그것도 교차소유 이후 그 지역의 주요 일간 신문과 종합편성 지상파 채널 수 총합이 8개 이상 존재하는 것을 조건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완화조처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포함한 20여명의 상원의원들이 공동발의한 법안으로 실질적으로 무효화돼 버렸다. 부시 대통령이 비토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 법안이 하원에서 아직 통과하지 않았을 뿐이지 공동발의자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결과는 뻔하다. 특히 연방방송위원회 예산권이 있는 하원은 교차소유 금지가 완화되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연방통신위원회는 현재도 완화조처를 시행도 못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연방통신위원회도 미수에 그친 이 조처에 대한 당시 설명에서 일간 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뉴미디어가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이 매체들 내에서의 다양성이 보존돼야 한다고 했다는 점이다. 완화조처의 적용 지역을 “20대 시장”으로 완화한 것도 이들 시장에서는 10개 이상의 지상파 방송이 상호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형 지상파 방송이 넷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신문사 소유를 허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방송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미국식으로 소유 규제를 통해 자본의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민영방송들이 경쟁하도록 하든지(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경인방송의 서울 진출 허용) 유럽식으로 공영방송 위주로 운영하되 국가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내용 규제를 축소하든지 둘 중 하나다. 어느 길로 가든 강도 높은 내용 규제는 폐기돼야 하고 최소한의 소유 규제는 필요하다. 지금 한나라당은 강도 높은 내용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여 방송을 정부 영향력에 복속시키면서 소유 규제를 폐지하여 자본의 영향력에도 복속시키는, 방송의 다양성에는 최악인 선택을 하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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