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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2 19:40 수정 : 2009.01.06 20:54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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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공성진 의원 대표발의)과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고승덕 의원 대표발의)은 은행을 자회사로 두지 않는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하고 산업자본의 은행산업 진출을 원활히 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개정안은 제조업부문에서의 파산 위험을 금융부문으로 쉽게 전이시키며, 은행의 여신을 통한 효율적 자본조달 심사 기능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증가시킬 것이다.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하는 경우, 기업들은 정부 개입으로 파산 위험이 거의 없어짐을 알게 되고 따라서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위험관리를 할 유인을 가진다. 즉 방만한 경영과 부실한 위험관리를 규율할 퇴출이라는 시장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어려워짐으로써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 리스크로 초래될 수 있는 경제적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 정부는 사전적인 건전성 규제와 소유 규제를 금융 특히 은행 부문에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제도적 보완으로, 현재 발의되어 있는 두 법안 개정안들은 공시제도의 강화나 금융감독과 시장규율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시제도 및 사후적 규제와 감독의 강화가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를 대신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과 경험을 도외시한 착각일 뿐이다. 2005년 9월에 발표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의 ‘기업·시장의 투명성·공정성 측정’ 보고서에서는, 2003년에서 2005년 사이에 기업 내부통제시스템 지표 및 회계투명성제도 지표는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었음에도 전문가 설문 결과는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지배주주(즉 재벌)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재벌이라는 특수한 기업 지배구조하에서는, 공시제도 및 사후적 규제와 감독의 강화와 같은 선진국형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감독기관 및 시장과 기업집단 사이의 비대칭 정보 문제는 재벌이라는 지배구조하에서 훨씬 심각하며, 금산분리의 완화는 이러한 비대칭 정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또한 재벌에 대한 사후적인 처벌 역시 사실상 불가능함을 최근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 사건과 삼성의 경영권 승계 및 비자금 조성에 관한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명백하게 볼 수 있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또한 재벌이라는 대기업집단이 파산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사전적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가 기업의 실물 투자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이론적 근거나 실증적 증거는 명확하지 않다. 금산분리의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높이는 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들로서는 유동성 확보가 최우선의 생존 전략일 것이다. 만약 이들 경제관련 개정안이 이대로 입법화되어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금융기관이나 은행의 실질적 지배권을 확보한다면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가 야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경제관련 법안 개정안에 찬성하는 논리나 실증적 논의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하고 중장기적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은 법안의 개정을 위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의 충분한 토의와 국민적 합의의 도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부교수


■ 바로잡습니다

3일치 23면 ‘금산 분리 완화와 시스템 리스크’ 기고 은행법 일부 개정법률안의 대표 발의자는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아니라 박종희 한나라당 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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