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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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한 기업이 임직원 자녀를 위한 학교 설립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금융지주가 설립 주체가 되는 하나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해주어 2010년 문을 연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이 학교를 세우거나 운영하는 것은 대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직원들의 교육복지 차원이거나 직원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재교육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대한항공의 정석대학과 삼성전자의 삼성전자공과대학이 그것이다. 적극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자립형 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는 자사고 논란과는 별도로 특별전형을 통해 하나은행에 적을 둔 임직원의 자녀가 20% 입학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놀라운 발상이다. 민사고도 한 낙농기업이 세웠지만 특별전형을 그 기업 종사자에 국한하지는 않았는데 하나고등학교는 예외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기업이 나서서 서울 혹은 국내외에 근무하는 임직원 자녀 교육을 위한 학교를 세우나 하는 연민과 공감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나, 초·중등 교육은 그렇게 개별 기업이 사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자립형 사립고는 학교의 다양화·특성화를 권장해 학생 선발부터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율이 허용되어 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자립형 사립고 6곳에 대한 평가가 다양한데, 교육 불평등과 학교 서열화 차원에서 논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같은 서울에 있는 임직원 자녀에게 특별전형을 허락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부모가 해당 기업에 기여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서 일종의 기여입학제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설립자 입맛대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그 혼란과 불평등은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만약 기업들이 다 자기 회사 직원 복지를 위한다며 학교 설립에 나서 과거 직장조합아파트를 분양하듯 학교를 세우고 자기 직원 식구만을 입학시키면 어떻게 되겠는가? 옛날 서당 식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학교를 세우고 각개약진하며 각자 알아서 생존하게 되면 공교육 체계는 급격히 약화되고, 그동안 교육의 기회 평등과 공공성을 위해 노력한 많은 제도가 퇴행하게 될 것이다. 특정 학교 교육을 통해 사적 이해를 우선시한다면 사회 공공성이 무너지고 구매력을 갖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롯데고등학교, 이랜드고등학교도 생기려나? 두고 볼 일이다. 이처럼 공교육 부실과 사교육 팽창 사이에 교육 민영화는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만약 기업이 이런 식으로 학교 체제에 개입하고 악용하게 될 경우 교육에 대한 기업의 지배와 독점이 가능해지며, 이는 한국 고교 체제의 변형과 악영향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교육에 대한 자본의 침투를 허용하지 않았다. 외국 교육기관들이 한국 교육시장을 열려고 적극적으로 시도했어도, 한국 정부는 교육을 기업의 돈벌이 먹잇감으로 이용당하지 않게 하려고 겉으로나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을 시장으로 전환한다면 교육의 사회공공성은 급격히 약화할 것이다. 더구나 하나고등학교에는 정부가 650억원에 해당하는 학교 터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교육 양극화에 정부가 뒷돈을 대주고 있는 격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공정택 현 교육감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것도 아직 그 대가성 여부가 판가름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하나고등학교는 우선 임직원 특혜제도부터 없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김명신 문화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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