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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16 18:55 수정 : 2009.01.16 18:55

행법 광주전남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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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이시여, 왕 아자타사투께서는 지금 이웃나라를 정벌하려는 뜻을 갖고 계십니다. 그 일에 관하여 세존의 견해가 있으시면 저에게 분부하여 전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붓다는 이웃 나라 대신이 묻는 말은 대답하지 않으시고 아난다를 돌아보면서 물으셨다.

“아난다야, 요즈음도 밧지국 사람들은 집회를 잘 운영하고 있느냐?”

“세존이시여, 그들은 지금도 집회를 잘 열고 잘 모인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 집회가 잘 운영되는 동안 밧지국은 번영을 기약할 수 있다.”

아난다를 향하여 이렇게 말씀을 시작하신 붓다께서는 나라가 쇠망하지 않는 일곱 가지를 말씀하셨다. 경전은 이 대화를 7불퇴법이라 이름 지었다.

서로 모여 의논하는 일은 그 첫번째다. 의회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국회가 파행으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쇠고기 파동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미국을 다녀온 정부 관리들의 발표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시간을 지체시켜 사람을 지치게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것인가?


대운하 반대여론이 들끓을 때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국민이 원치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일 년도 안 되어 대운하는 4대강 정비라는 포장으로 갈아입고 온 나라 땅을 공사판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일이 왜 비밀리에 진행되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4대강 정비는 잘살기 위한 정비 사업이 아니라 자연생태계와의 전쟁 선언이다. 환경 타당성 조사도 생략한 채 급하게 밀어붙이는 의도를 몰라 어이없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국민은 국외자일 뿐이다. 권력은 법 위에 존재하는가? 말끝마다 법대로를 주장하는 대통령의 말씀은 빈 메아리일 뿐이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이다. 소신 있는 연구원이 자식에게 부끄러워 양심선언을 할 수밖에 없고 제자를 사랑하는 교사가 교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뿐 아니라 역사는 왜곡되고 민주와 인권은 역주행하고 있다.

경인운하는 전문가들이 10년 동안 논쟁 끝에 타당성이 없다고 제쳐둔 사안이라는데, 정권이 바뀌면 이전 논의 사안은 무효가 되어 버리는가? 나와 내 편만 옳기에 잃어버린 10년이라 법석을 떠는가. 영겁의 세월 속에 5년이라는 한 임기는 찰라일 뿐인데 ….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데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으로서 국민의 의중은 안중에 없는 것일까? 경제보다 더 시급한 일이 국민화합이요 거둬들인 세금을 부자들에게 나누는 일보다 더 앞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빈부 격차를 줄여 국민 누구나 평등하고 보편적인 시민의식을 갖도록 하는 일이리라.

경인운하에서 배를 타면 중국까지 갈 수 있다지만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가 인천부두를 빠져나가는 데 20시간 넘게 걸린다 하니, 경제성도 물류도 관광도 타당성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말이 대통령에게는 한갓 잡음일 뿐이다. 이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과 집착은 녹색 성장을 빙자한 대재앙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생태보고인 하천을 저렇게 파뒤집어도 생명들이 안녕할까? 어족들이 줄어드는 하천 주변의 사람들은 그래도 평화로울까? 자연은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요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이 함께 살아가는 삶터다. 강을 파헤치는 일은 생태계의 파괴를 부르는 일이기에 뭇 생명을 불행으로 끌어들이는 함정이요, 모든 생태계의 불행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토목공사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사람들은 철도와 고속도로가 없던 19세기로 역주행을 하겠다는 이들이다.

행법 광주전남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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