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23 18:12
수정 : 2009.01.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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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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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낙동강 식수원 관리 문제가 또 불거졌다. 이번에는 1,4-다이옥산 문제이다. 1,4-다이옥산은 실험동물의 간과 비강 등에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 때문에 사람에게도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걸로 구분된다. 피부나 호흡기로 흡수되어 실험 동물에 독성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1,4-다이옥산은 지난 1월12일 이후 낙동강 왜관철교 인근에서 최초로 세계보건기구 권고치 이상으로 검출된 뒤 현재까지 쉽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1월20일에는 매곡정수장의 수돗물에서까지도 권고치를 초과하였다. 매곡정수장은 대구지역 인구의 절반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기에 그 충격이 크다.
낙동강에서 1,4-다이옥산은 낯선 물질이 아니다. 불과 5년 전 여름, 이 지역 6곳의 정수장에서 1,4-다이옥산이 검출되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있었다. 당시 환경당국에서는 환경기준을 새로 설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염려하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외국의 관리 수준 등을 검토하여 50ppb를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나 비슷한 오염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충분히 세웠던 것 같지는 않다.
이번에도 대책은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 해묵은 ‘희석’ 담론이 아직도 해법으로 버젓이 제시되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하다. 댐을 방류하여 농도를 낮춘다는 것. 이번에 오염도가 높아진 이유가 유난히도 심한 겨울 가뭄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식수원의 발암물질 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관리당국이 내놓은 대안 중 하나가 ‘희석’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상수원에 오염된 1,4-다이옥산의 농도가 높으니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거나 ‘깨끗한’ 저수지를 열어 ‘물을 타서’ 오염도를 낮추자는 것이다. 낙동강 수질 사고를 막기 위해 신규 댐이나 저류조를 건설하여 유량을 늘리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너무 ‘아마추어’ 같다.
우리 자연을 커다란 쓰레기통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고 사용하는 화학물질도 많지 않았던 먼 옛날 이야기이다. 이제는 우리가 ‘바깥’에 버린 유해물질이 되돌아와 우리를 공격한다는 ‘부메랑’ 효과가 정설이 된 지 오래다. 발암성 물질의 건강 위해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 같다. 먹는물은 우리가 평생을 마셔야 한다. 따라서 적은 양이라도 먹는물이 오염되었다면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1,4-다이옥산에 오염된 폐수를 전량 전문 처리업체에 맡겨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 또한 임시변통이다. 세상에 유해물질이 1,4-다이옥산 하나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검출된 퍼클로레이트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것인가?
언제까지 비슷한 사건이 반복하여 일어나야 하는지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다. ‘물에 물 타기’ 같은 임시변통이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유해한 물질이라면 비록 소량이라 하더라도 엄격히 관리하여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의 소중한 식수원이 더 이상 미량 유해물질로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엄격한 대책을 세우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한다. 유해물질 배출 목록과 배출량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충분한 연구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환경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선진화된 정수기법을 개발하고, 이러한 유해물질의 대체 물질을 개발하는 데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991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우리의 식수원 낙동강은 다시 한 번 우리나라 환경관리의 진일보를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가 부쩍 강조하는 ‘녹색 성장’이 진실로 의미하는 것도 아마 이런 데 있지 않을까.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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