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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04 21:59 수정 : 2009.02.04 21:59

홍성민/동아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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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주경복 교수가 사학조정위원회에서 해촉되었다. 교육감 선거가 끝난 뒤 검찰은 전교조의 선거자금 모금과 지지운동에 직접 관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주 교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주 교수가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기소되었기 때문에 사학분쟁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교과부가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했고,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해촉 발령을 냈다.

사학조정위원회는 한국 대학의 부실과 부정을 방지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건전한 학교운영을 촉진하기 위해서 법률에 따라 결성된 국가조직이다. 주 교수는 사립대학의 발전과 자율성을 위해서 맡은 임무를 다해 왔다. 재판 결과 유무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위원직에서 해촉한 것은 헌법 27조에서 규정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더구나 사학조정위원회는 교과부를 견제하며 자율적인 기구로서 기능하도록 설치된 기구인데, 교과부가 직접 위원의 해촉을 건의한 일은 국가위원회를 설치한 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위법 행위이다.

2008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시민단체가 협의를 통해서 주 교수를 후보로 추대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주 교수가 직접 나서서 각 단체의 자금모금이나 선거운동 활동에 개입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국가는 모든 선거에서 후보가 정책공약과 정치적 신념을 충분히 발표하도록 보장해야 하며, 선거가 끝난 후에 이것을 이유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정치의 기본이다. 나아가서 승자가 패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협력을 시도하는 것은 성숙한 덕치의 귀감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민주정치의 기본을 깨면서, 덕치의 원리를 무시하면서, 주 교수를 정치적으로 보복하고 있다. 이것은 현 정부의 옹졸함을 국민들에게 스스로 내보이는 꼴이며, 교육문제를 통해서 정치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치졸한 수법이다.

아마도 올해 이명박 정부는 강경한 정책 입장을 바꾸지 않고 ‘엠비 악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 그래서 언론을 마비시키고 교육현장을 시장논리로 장악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통행’이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정신을 마비시킬 수 있을까? 당장은 성공하는 듯 보여도 얼마 가지 않아 정책의 정당성에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교육문제는 그 여파가 매우 지속적이고 광범위할 것이다.

이승만 정권이 4·19 학생 의거로 무너졌고 박정희와 신군부의 정권이 학생운동으로 폐망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교육이 권력의 폭압 앞에서 짓밟히게 되면 학생이 나서게 되고, 지식인과 학부모가 들고일어서게 된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이 평범한 민초들을 거리로 내몰아 정부를 향해 돌을 던지도록 만들고 있다. 진정한 태도변화가 있지 않다면, 정부 정책들이 사사건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앞으로 남은 4년의 임기는 대부분 투쟁과 파업으로 점철될 것이다.

주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와 사분위원의 해촉은 현 정부가 반법률적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이며, 이것은 현 정부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화와 순리를 벗어난 정치는 곧 심각한 위기 상황을 불러올 것이며 이는 한국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 정부 당국은 더 늦기 전에 사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적어도 교육문제는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열려 있어야 한다.

홍성민/동아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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