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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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기
세계무역기구(WTO)
선임참사관
아랍권에서 시작된 민중봉기는 전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 봉기는 단순히 독재권력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실업이라고 하는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해 해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적 세계 역시 이에 대해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도 하다.
정치가와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시장의 법칙을 따르는 정책을 펴면 잘살게 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30년이 지나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빈부격차는 커지고 있다. 먹고살 길은 막막하다.
사람들의 불만 표출을 막는 방법은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뿐이었다. 공포는 일시적으로 성공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때는 그들은 이미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론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들은 자유를 말하고 있다. 비밀경찰의 만행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문제는 빵이다. 왜 1%만 잘살고 자기들은 못사느냐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다.
이것은 아랍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전세계가 같은 상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통계상의 9%대가 아니라 사실상 17%라고 한다. 이 상태가 3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 실업이 빨리 개선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것은 거의 20%에 이르는 미국민들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국가적 위기가 눈앞에 닥쳐온 것이다. 유럽도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실업의 증가는 카를 마르크스가 예견하였다. 그는 19세기 중엽 세계 최대의 공장이 있던 영국 맨체스터의 면직물 직조 공장에서 가격과 이윤, 고용이 감소하는 것을 보고 그 원인을 그 공장의 기계화에서 찾았다. 공장이 기계화하면 생산이 늘어나고 가격과 이윤,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기계화가 전지구적으로 확대되었으니, 현 체제 안에서 고용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 상황에서 사회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적 혁명은 피할 수 없다. 니체는 19세기 말엽 팽배한 허무주의로 인해 세계가 큰 재난을 겪을 것이라고 예언하였는데, 니체의 예언은 파시즘의 등장으로 사실이 되었다. 파시즘의 광기는 전쟁과 인간 살육의 처참한 경험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은 니체의 시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의 절망, 팽배해 있는 허무주의는 파시즘과의 싸움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회복시켜 줄 것으로 믿었던 자유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유주의의 위기, 이것이 우리가 봉착한 문제이다.
그러면 자유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이를 위해 케인스를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인스는 저소득계층에 소득을 재분배하면 국민경제 전체의 소비가 늘고 생산과 고용이 증대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고소득층의 소비성향은 매우 낮은 반면에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은 매우 높으므로 소득의 재분배는 소비의 증가로 직결된다고 한다.
사실 부자라고 해도 자동차를 매달 한 대씩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옷을 두 벌씩 껴입고 다닐 수도 없다. 감세 정책을 쓰면 부유층의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대부분 저축으로 이어진다. 소비가 없으니 생산도 투자도 할 수 없다. 소득 재분배는 인기가 없는 개념이다. 1970년대 보수주의자들이 성공적으로 잠재운 한물간 생각이다. 그러나 불같이 타오르는 혁명의 불길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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