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학교를 아시나요? / 김명신

김명신

김명신
서울시의회 의원·교육위원회

만일 당신이 다음 열거하는 학교의 학부모라면 자녀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서울 동대문구의 군자초, 은평구의 대은초, 도봉초, 백산초, 상원초, 양명초, 원당초, 한남초, 강명초, 은빛초와 서울 동작구의 국사봉중, 도봉구의 북서울중, 삼정중, 송정중, 신도림중, 안천중, 오류중, 태릉중, 한울중, 숭곡중 그리고 양천구의 금옥여고, 강북구의 삼각산고, 강동구의 선사고등학교까지 23곳의 혁신학교가 그 주인공입니다.

전국이 무상급식 문제로 떠들썩하던 지난 3월 초 한국 교육의 새 장을 여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서울형 혁신학교들이 닻을 올리고 책임교육을 향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것입니다. 혁신학교에는 한국 교육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들어 있습니다.

혁신학교 중 하나인 서울 숭곡중학교의 훈훈한 입학식이 생각납니다. 성북구에 신설된 숭곡중학교는 학급당 인원수가 30명, 8학급인 학교입니다. 입학식이 혁신적이더군요. 입학식 단상엔 그 흔한 귀빈석이 없었습니다.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손님들은 신입생들에게 장미꽃을 주며 덕담을 건넸습니다. 신설학교라 아직 교가와 교복이 있을 리 없어 교사들은 교가 대신 경쾌한 환영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입학식의 하이라이트는 담임들 영상메시지입니다. 담임들은 자신의 중학생 때 사진을 배경으로 담임으로서 포부를 밝혔습니다. 입학식다운 풍경이었습니다. 군기 잡으려는 서슬이 퍼런 학생부 교사가 없어도 아이들은 질서를 지키며 행사에 집중해 있었습니다. 그날 신입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잠시 뒤로하고 희망가를 부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학교들은 오래전부터 이래야 했던 것이 아닐까요?

혁신학교에서는 소규모 학습 환경을 제공합니다. 소규모 환경이라야만 교사가 학생 한 아이에게 세심한 신경을 써줄 수 있으며, 학습 주제에 따라 팀별 학습과 토론과 발표가 가능해집니다. 경쟁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 없이 서로 협력해서 과제를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는 학생들 간의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혁신학교는 국영수 등 각 과목을 한 시간씩 따로따로 분절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 통합적 접근을 합니다. 학생들은 충실한 체험학습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체력과 집중력,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학생들은 선행학습 없이, 학원 없이도 개별적 특성에 따라 생산적인 경쟁을 통해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도 변해갈 것입니다. 혁신학교 교사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책임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낙오자 없이 안전한 미래로 인도할 것입니다. 혁신학교에는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의 단절되고 왜곡된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혁신학교가 인기가 높아 인근 지역 집값이 오르고 있을 정도입니다. 우리 모두는 희망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감 선거를 통해 용감하게 그 문을 열어젖힌 것입니다.

낡은 교육을 비난하기에 우리는 시간이 모자랍니다. 서열로 유지되는 사회, 남을 밟고 서야만 내 존재감이 빛나는 사회, 경쟁으로 유지되던 사회, 남이야 굶든 말든 저 혼자밖에 모르는 교육을 하던 학교들은 앞으로 저절로 용도폐기가 될 것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는 모두가 고통스러워하는 교육 문제를 변혁하는 지점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혁신학교의 성공이 일반 학교의 변화로 이어지는 머지않은 날, 한국 교육은 전세계가 진정 부러워하는 명실상부한 교육, 행복한 교육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