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15 20:04
수정 : 2011.03.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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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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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용
독일 다름슈타트공대
환경분석 박사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일본 원전 사고가 더 심각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1, 2, 3호기 원전 외벽 폭발에 이어, 4호기는 화재까지 발생했다. 일본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사고 현장의 통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원자로 내부의 폭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원에 나섰던 미군 항공모함의 승조원 일부에게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사고 원전에서 약 100㎞ 떨어진 곳이다. <뉴욕 타임스>는 ‘방사능 오염이 바람에 상당히 퍼져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사능 오염의 확산이 예상보다 넓게 진행되고 있다. 사고지점 북쪽 120㎞ 지점인 미야기현 오나가와의 방사능 측정기에서 평소의 4배가량이 측정됐다.
체르노빌 사고와 스리마일 사고를 겪은 유럽과 미국 등은 원전 사고가 구체화된 3월12일부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들 나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독일과 스위스는 일본 원전 사고의 방사성 오염물질이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서 자국에까지 오지 않을까 가능성을 검토하며 대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원전업계는 안일하게 접근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70개의 방사능 측정 장비를 실시간 점검하는 것 말고, 실제 상황 발생 때 가장 중요한 대책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국내 방사능 측정기에서 오염치가 확인되면 이미 늦다. 2000년 이후 태풍과 집중강우, 산불 등 여러 국가적 재난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배운 교훈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미리 대비하자’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방사능 오염에 대해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대책을 말하지 않는다.
방사능은 대기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한다. 위해한 방사성 물질의 종류는 다양하다. 방사선은 인간의 유전자에까지 피해를 주어 후대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같은 노출량이라도 개인별 감응도 달라 약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위해성은 더 크다. 사람 따라 반응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대기에 퍼진다고 쉽게 소멸하지도 않는다. 반감기가 긴 것은 30~40년 넘는 것도 있다. 체르노빌 사고 때 2000㎞ 이상 확산됐고, 구체적 피해가 지금까지 나타난다.
방사능 오염은 끔찍한 환경재난이다. 정부는 방사능의 한반도 이동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방사능 오염의 실체와 여러 가능성에 대해 대국민 홍보와 교육에 나서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물론이고 환경부도 주도적으로 상황 대처에 나서야 한다. 원전 시설의 안전 문제는 교과부의 영역이었지만 방사능 오염 확산에 따른 피해방지 대책과 환경정화는 교과부만으로는 안 된다. 환경부는 기상청을 관할하며 대규모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교과부를 비롯해 원전 안전에 관계된 국책기관 등은 국내 원전 관리 위주로 되어 있다. 그나마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인식 이외의 구체적 방사능 오염에 대한 대비는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정부의 방사능 방재훈련 중 전국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책을 위한 종합훈련은 5년에 한번 정도다. 대부분의 대응과 훈련은 개별 원전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정도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방사능 오염과 물질의 확산과 정화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구체적이고 상세한 ‘방사능 오염 방지 및 정화 대책’을 가동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 아니다. 일본과 가까운 강원도, 경북, 울산, 부산, 경남 등부터 방사성 오염물질의 확산을 가정한 재난대비 시스템을 확인하고, 공무원들부터 교육과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이런 사례가 전혀 없기 때문에, 설혹 교과부의 방사능 오염 대처 지침이 있다 해도 실전에서는 크게 소용이 없는 서랍 속 지침일 가능성이 높다. 재난에서 상황이 발생할 때 움직이는 것은 마지막 단계의 대책이다.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대책의 첫 단계 대응을 신속히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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