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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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폴만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 소장
복지국가 논쟁은 한국 정치를 뜨겁게 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2012년 선거에서 아주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지난 10~15년간 유럽형 복지국가의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이러한 정치적 논쟁의 영향을 받아 독일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들이 근본적인 사회개혁을 추진했다.
한국의 현재 사회보장제도를 보면 우선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사회적 위험과 어려움에 처했을 때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기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둘째, 이처럼 낮은 수준의 보장으로 인해 세금과 사회보험료와 같은 사회보장비용이 유럽보다 비교적 낮다. 결국 개인에게 대부분의 부담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당연히 부유층과 중산층에게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사회안전망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하층민으로 추락할 위험에 처한다. 지난 100년간 유럽에서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를 추구할 가치가 있는 제도라고 사회 전체 차원에서 합의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복지국가 논쟁에서는 세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서유럽의 복지국가는 명백히 사회보장, 사회적 평화,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평등을 지향한다. 유럽 국가들 역시 끊임없이 개혁의 압력을 받았다. 고령화도 그중 하나의 요소이다. 하지만 영국을 제외한 모든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의 거대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들은 포괄적 복지국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서유럽에서는 복지체제의 효과를 충분히 보았다. 미국과 다르게 수많은 실업자들이 사회안전망의 혜택을 받아 오랫동안 사회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둘째, 포괄적 복지국가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커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다. 유럽의 진보적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아주 근시안적인 비판이다.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는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이다. 현대적 복지국가에서 시민들이 누구나 사회보장의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다. 유럽 국가들, 특히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높은 생산수준과 잘 발달된 사회보장제도가 대립관계가 아니라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셋째, 복지국가의 발전에서 중요한 점은 통합적인 사고방식이다. 현대적 복지국가는 질병, 노후생활, 간병 및 재해와 같이 생애 과정에서 겪는 기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는 동시에 ‘예방적 복지국가’의 차원에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사회정책, 교육정책, 노동시장정책, 여성정책에 전통적인 사회정책을 결합한 통합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중요한 사실은 포괄적 복지국가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서유럽과 북유럽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이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한국보다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출지향 국가인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지금까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진보적인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인들은 놀라울 정도인 현 수준의 복지체제를 갖추기 위해 지난 30~40년간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일했다. 한국인들은 더 공평한 사회에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효율적인 사회보장을 누릴 자격이 있다.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사례를 보면 한국인들은 합리적이며 단계적인 복지국가 건설을 통해 자신들이 쌓아온 부의 수준을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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