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3.23 20:01
수정 : 2011.03.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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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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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요즘 들어 휘발유값이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에게 2000원은 매우 중요한 숫자이다. 평소에도 기름값이 비싸다는 여론 때문에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천 단위 숫자가 바뀌는 일은 소비심리 관점에서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매우 충격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배럴당 국제 유가가 110달러인 최근의 국내 휘발유값이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였던 3년 전에 책정한 가격대보다도 더 높다. 왜 이럴까?
세금이 잠시 내렸다가 다시 올랐기 때문이다. 환율 요인이 있다.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을 대면 구체적으로 따질 수 없는 일반 소비자로서는 반론을 더 진전시키기가 어렵게 된다. 국제 유가가 대폭 떨어질 때는 천천히 소폭 내리더니 반대의 경우에는 급속도로 대폭 올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들 말할 뿐이다.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값을 연동화하는 데는 두가지 걸림돌이 있다. 하나는 단위의 혼동이고, 둘째는 싱가포르 석유제품 가격 기준이다. 첫째야 배럴 단위를 쓰지 않고 모든 유통단계에서 단위를 리터로 통일해 국제 원유가와 환율을 함께 고려하면 간단해진다. 그러나 둘째 문제는 난공불락이다. 개인 소견으로는 대부분의 휘발유가 싱가포르에서 수입해서 우리 국민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기에 원유가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이라 생각한다.
국내 휘발유값이 국제 원유가에 비해 대략 3배 정도로 비싼 주된 원인은 유류세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잘못된 환율정책도 국내 소비자가격을 한껏 올려놓은 측면이 강하다. 사실 유류세는 걷는 것도 문제지만, 쓰임새는 더 큰 문제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는 징수한 세금이 석유가격 안정화 구실을 하든지, 반대로 유류세를 낮추어 탄력적으로 운용해 가격을 떨어뜨리는 구실을 해야 한다. 또한 고환율 정책으로 그동안 대기업에는 특혜를 줄 만큼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정상화해서 기름값부터 가라앉히고 서민 물가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기름값 거품에 또다른 비밀이 숨어 있다면 따져볼 일이다. 과거의 통계를 보면, 원유값 증가폭이 둔화되는데도 국내 휘발유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원유값 증가폭이 대폭 떨어져도 국내 휘발유값의 증가폭은 보합세를 유지한 적이 있다. 원유값이 떨어졌는데도 국내 휘발유값은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최근에 와서는 원유값의 등락에 관계없이 국내 휘발유값이 연속적으로 오른 사실은 꼼꼼히 짚어볼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실들을 너무도 잘 알지만 섣불리 공개하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국내 소비자가격 결정 기준이 공급 원가가 아니라 수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제품가격이라는 얘기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 원유값과 국내 소비자가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우리의 국내 휘발유값은 국제 휘발유값에 기준을 두기 때문에 원유값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 되고 만다. 거꾸로 얘기하면, 원유값 등락과 애초부터 국내 휘발유값은 무관하다는 뜻이 된다.
일반 소비자도 얼른 이런 의문들을 가졌으면 한다. 정유사가 싱가포르에서 국제 휘발유값으로 물건을 사다가 우리나라에 파느냐고? 아니지 않은가! 중동 등 각지에서 원유를 선물, 장기계약, 현물 등의 방법으로 수입한 뒤 국내에서 휘발유로 정유해서 팔고 있다. 원가는 도입 원유 값에 기준을 두어야지, 왜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에 기준을 두느냐? 문제제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본래 원자재 가격의 오르내림보다 제품 가격은 늘 하방경직성을 보인다는 측면에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서민들이 부담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수입 당시의 원유값을 기준으로 가격정책을 개선하도록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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