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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7 19:18 수정 : 2011.04.27 19:18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지난 22일 정부는 고등학교의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역사교육 강화 방안’(이하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시비하는 언론이 없지 않으나, 그동안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오던 국사교육 정책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내용이어서 역사의식을 획기적으로 고양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환영한다. 발표 때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좌우에 배석시킨 것은 정책 실현을 위한 정부의 결연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본다.

경험으로 보건대 이번 방안을 실현하는 데는 적지 않은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우선 방안 수립 과정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필요하다. 2007년 개정 때 ‘6단위·역사·필수’ 정책이 세워졌는데도 이 정권은 아예 시행도 해보지 않고 2009년 ‘선택’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6단위·한국사·필수’로 전환했다. 왜 그렇게 했는지 해명이 없다. 그러고도 이번 조처가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

2007년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하여 몇년간의 산고 끝에 나왔다. 하나는 이번 방안에서도 고려한 중국·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 문제다. 또 하나는 국사교육의 국제화라는 당위성의 수용이다. 일본·중국의 자국사 중심 역사교육을 보면서, 한국사교육은 극단적인 민족주의에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반성이 있었다. 한국사의 틀에 갇혀서 주변국의 역사를 폄훼하는 게 아니라 한국사를 세계사와 호흡하도록 해야 한다는 나름의 역사철학이 2007년 개정안에 반영되었다. 오랜 토론을 거쳐 과목명을 ‘역사’로 하고 한국사와 세계사 학습을 병행하는 ‘필수·6단위’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방안을 제대로 실현하자면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국사교육 강화 조처는 이런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일본·중국의 역사침탈에 자극받아 나타났다. 인접국의 역사왜곡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냄비여론이 들끓었다. 그 여론의 추이는 대부분 ‘국사교육 강화’로 모아졌다. 그러나 막상 이를 담당할 책임이 교육부로 넘어가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국사교육 강화라는 명제는 다른 교과들로부터 교과 이기주의로 간주되었고, 결국 그들의 질시와 방해에 휘말려 좌초되고 말았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사교육 강화는 국민적 합의에 의한 교육철학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제대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 근거 마련의 하나로서 국사를 도구과목의 범주에서 국민기본교과목으로 자리매김하는 철학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국민적 합의와 입법 과정을 거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역사교과를 사회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도 급선무다. 이런 제도적 장치야말로 상황의 변화에도 역사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주는 현실적 방안이 될 것이다.

이번 방안에서는 국사과목이 수능시험에 적극 반영되지 않았다. 수능시험 반영은 실효성을 높이는 관건이다. 이번 방안에서 아쉬움은 이 대목에서 남는다. 그게 부득이하다면 다른 방도를 강구해볼 수 있다. 필자가 국사편찬위원회에 있을 때 3군사관학교와 경찰대학, 간호사관학교 같은 국가의 간성을 양성하는 학교(입시)에 국사과목을 적극 활용하고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국립대학들이 서울대처럼 수능시험에서 국사과목을 필수선택으로 하도록 협의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방안을 적극 추진하면 어떨까.

국사교육이 꼭 학교현장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웹에 오르자 매일 수천명이 스스로 국사교육에 임했고 이를 통해 각 분야의 연구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승정원일기>나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 역대 중요 사료들을 웹에 올릴 수 있다면 자발적인 국사공부를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각종 고시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이 고무적인 그만큼 출제와 검증에서도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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