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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4.28 19:56 수정 : 2011.04.28 19:56

백형찬 서울예술대 교무처장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약 5600억원을 ‘교육역량 강화 사업’이란 명목으로 전국 대학에 지원한다. 지원 대학과 액수는 교과부가 자체 개발한 공식에 따라 결정한다. 공식은 취업률을 비롯해서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인상 지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식은 원래 영국 정부가 국립대학 재정 분배를 위해 만든 것이다. 목적이 판이한 공식을 사립대학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 적용하니 부작용이 엄청나다. 자체 예산만으로도 운영이 충분한 대학에도 막대한 국고를 지원하여 해당 대학들은 ‘돈벼락’을 맞아 헤매는 반면, 국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학은 한 푼도 받지 못해 심한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이 과연 현 정부가 약속한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각론으로 들어가자. 교과부 재정지원 사업의 결정적인 문제는 평가 비중에서 25%나 차지하는 취업률이다. 결국 취업률로 재정지원 여부가 판가름나게 되어 있다. 취업률은 이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부풀려진 취업률, 거짓 취업증명서 등으로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어온 항목이다. 그런 취업률의 비중이 낮아지기는커녕 오히려 5%포인트나 더 올라갔다.

취업률로 정부 지원금 당락이 결정나게 되면 대학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명하다. 대학당 평균 30억원이나 되는 지원금은 대학 경영에 매우 큰 돈으로 작용한다. 이를 얻기 위해 교수들은 강의실과 연구실을 지키기보다는 취업을 부탁하러 기업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학교육의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교과부 정책이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키는 꼴이 되고 만다.

교과부 정책 입안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대학교육의 성과를 취업률 중심의 양적 지표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성과는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질적인 내용이 더욱 많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률 지표가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종합대의 예술대학들은 학내 구조조정의 우선적인 대상이 되고 있다. 예술대학의 취업률이 대학 전체의 취업률을 크게 떨어뜨려 교과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일 예술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예술계에서 ‘정규직 취업’이란 없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생활고로 생명을 잃어 우리 가슴을 아프게 했던 한 젊은 여성 시나리오작가가 이를 ‘처절하게’ 증명하지 않았던가. 교과부의 취업률은 건강보험으로 증명되는 정규직 취업률로만 산정되기 때문에 예술대학들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렇듯 예술대학을 말살시키는 불합리한 정책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건의해도 교과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솔직히 예술대학 구성원들은 국회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대졸 실업자가 300만명을 넘었다. 정부는 2012년까지 7만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약속했다. 교과부는 대졸자 취업문제를 전적으로 대학에 책임지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재정지원으로 취업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교과부는 탁상공론식 행정보다는 ‘발로 뛰는’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현재 각 대학들은 나름대로 졸업생 취업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 학교기업을 설립해 졸업생들을 취업시키고 있으며,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주문식 교육을 통하여 취업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교육역량 강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대졸자 취업문제를 대학에 떠넘기는 교과부 정책은 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국회와 감사원은 교과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과연 국민의 견지에서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백형찬 서울예술대 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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