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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2 20:09 수정 : 2011.05.02 20:22

이기영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호서대 교수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학생들과 교수의 연속 자살로 대학의 무한경쟁과 기업화 분위기에 제동이 걸렸다. 명문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에 진입하기 위해, 지방대는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무한경쟁에 매몰되어왔다. 그러나 이는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불행한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의 세계적인 신경생물학자인 요아힘 바우어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이란 책에서 인간은 원래 경쟁보다는 상호협력을 통한 관심과 공감의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공생’을 통해 단세포 미생물에서 다세포로, 또 고등 동식물로 진화해온 생태계의 특성에 바탕을 둔 학설로, 맹자가 자연에 내재하는 온화한 기운을 보고 주창한 성선설과 통한다. 바우어는 경쟁력의 원천인 동기부여 체계를 유지해주는 체내 분비물질인 도파민이나 옥시토신은 사람들이 서로 인정·존중·관심·애정을 주고받을 때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한경쟁의 자본주의는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신뢰를 박탈해버려 소외시킨다. 동기부여 물질 대신 아드레날린이나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면서 마음과 몸이 모두 병들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바우어는 다윈을 근시안적으로 잘못 해석한 우생학자들과 생물계의 이기적 유전자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인류의 역사를 피로 물들였다고 반박했다.

교육은 영리를 위해 경쟁력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달리 양심과 사회적 책임을 갖춘 바른 사람을 만드는 목표를 우선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남과 경쟁하기보다는 우선 자기의 나태·무능과 경쟁하고 주어진 책무에 충실하며 이웃과 상생을 통해 조화로운 삶을 이루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 가치관인 ‘홍익인간의 대동사회’를 실현하는 길이다. 공자는 이러한 일을 선도하는 사람을 군자라 일컬었고, 태이불교(泰而不驕), 즉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다고 표현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이웃을 존중해 서로 비교하지 않으므로 교만하거나 비굴할 필요 없이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지 <포천>이 매년 발표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중 2011년 1·2·3위를 차지한 에스에이에스(SAS),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웨그먼스푸드마켓의 몇가지 주요 공통점을 추리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원들을 단기경쟁에 매몰시키기보다는 지적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 자신의 일을 즐기는 직원들이 많고 임시직이 없다. 또한 직원들은 겸손하고 친절하며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더불어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 개발과 개선에 참여하도록 허용한다. 결론적으로 지나친 경쟁보다는 상호협력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고객 봉사와 사랑의 정신이 살아있는 기업들이다. 학생들을 이런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키우려면 상생의 우리 전통 자연철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목적은 경쟁에서 1등 하는 한명의 인간과 다수의 패자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협력적인 다수의 선한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 스승은 학생들을 영어·수학만 잘하는 기능인으로 키우기 위해 줄 세울 것이 아니라 각자 다양한 재주를 스스로 발견하고 관심과 열정으로 이를 발전시켜 나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던져주고 발표와 토론을 통해 서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뜻을 담은 글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고 이를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경희대가 학부생 교양교육 전담기구인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연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철학과 역사, 문학, 물리, 예술 등의 인문학 교육을 확대해 세상을 바라보는 큰 눈을 키워줘야 통섭교육이 가능해진다.

이기영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호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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