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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03 20:11 수정 : 2011.05.03 20:11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사망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10년의 추적 끝에 미국은 27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공적 1호’를 제거했다. 무고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해온 테러세력의 지도자가 사라짐으로써 국제사회는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기대하고 있다. 극단적 테러리즘의 시대가 종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테러리즘의 명확한 규정과 공정한 대응만이 또다른 혼란을 해소하는 올바른 길이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에서 발생한 테러는 ‘테러리즈미즘’(terrorism+ism)과 ‘알카에디즘’의 대립 구도 안에 있었다. 2001년 아프간 전쟁과 점령 이후 알카에다의 지도부는 사실상 붕괴했다. 다만 알카에다의 반서방 이념인 알카에디즘하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소규모 자생 테러단체들이 독립적으로 테러를 감행해왔다. 서방도 테러의 악순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테러 위협을 정치적인 담론으로 이용해왔다. 테러리즈미즘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직전 콜린 파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에서 위성사진과 그래픽으로 만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관련 자료사진을 보여주며 전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라크 북부에 알카에다 훈련 캠프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도 전쟁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테러 위협을 두 차례의 전쟁이라는 ‘선제적 공격’ 전략의 근거로 삼아왔지만, 전쟁과 점령으로 인한 보복테러가 더욱 증가하는 현상을 우리는 목격해왔다.

이슬람 종교와 중동을 적대시하는 ‘문명의 충돌’ 시각으로 진행된 테러와의 전쟁은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내지 못했다. 점령 상황을 종식하기 위해 투쟁하는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까지 모두 테러세력으로 싸잡아 비난하면서, 옛 이드리스 왕조의 국기를 흔들어가며 무장투쟁을 벌이는 리비아 반군에 대해서는 정의로운 전쟁을 벌이는 ‘시민군’이라며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태도는 중동 및 이슬람권의 반발과 이로 야기되는 테러를 막을 수 없다.

빈라덴을 제거했더라도 테러는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21세기에는 테러도 디지털화하고 있다. 몇명 안 되는 소규모 테러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폭탄제조법, 무기사용법, 단체조직방법 등을 전수받을 수 있는 ‘다운로더블 테러’ 시대이다. 알카에다 지도부의 사살이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테러세력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제2, 제3의 빈라덴이 등장할 것이다.

빈라덴 제거로 테러와의 전쟁이 추구하던 상징적인 목표가 달성됐다. 이제는 전략을 수정할 시점이다. 이슬람과 테러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중동을 ‘한 덩어리’로 테러의 온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할 때다. 중동 및 이슬람권은 다양한 지역이다. 테러로 국가가 붕괴 위기에 있는 소말리아·예멘 등이 있는 반면, 테러사건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한 적이 없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있다. 또한 테러세력도 다양하다. 알카에다와 같이 이슬람 과격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단체가 있는 반면, 부족의 민병대와 범죄세력도 인질 납치에서 자살폭탄 공격까지 다양한 테러를 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를 하나의 이슬람 문명권으로 보고 테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전쟁’을 벌이는 것은 현재의 테러 위협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슬람권 전체를 목표로 하는 테러와의 ‘전쟁’보다는 이제 각 국가의 자생적인 과격단체에 대한 ‘소탕’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테러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알카에다의 여러 성명은 이미 한국을 공격 목표에 올려놓았다. 아프가니스탄, 아랍에미리트 등 이슬람국가에 파병하고 있는 우리도 서방의 시각에 입각한 일방적인 테러와의 전쟁이 아닌,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위협 요소의 제거라는 더 섬세한 테러와의 전투 혹은 소탕작전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이것만이 궁극적으로 전세계 테러세력을 약화시키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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