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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2 19:58 수정 : 2011.05.12 19:58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5월 가정의 달은 얄팍한 지갑 사정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달이다. 30~40대 직장인들은 부족한 임금을 초과수당으로 보충하는 한국의 노동시장 특성 때문에 장시간 노동에 더 시달렸을지도 모르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2010년 5월)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은 연평균 2256시간을 일한다. 회원국 평균 1764시간보다 492시간 더 많이 일하며, 기구 가입 이래 14년째 노동시간 1위라는 자리는 한 번도 바뀌어본 적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 여성은 전체 여성의 50.7%만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회원국 평균(61.3%)보다 무려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며 고학력 여성일수록 더 격차가 벌어진다. M자 곡선은 회원국 중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인데, 출산·육아기가 되면 일을 하는 여성들의 비중이 뚝 떨어졌다가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시 증가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최저의 여성고용률, M자 곡선은 일차방정식만큼이나 서로 깊은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바로 남성은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사와 양육을 책임진다는 생물학적 성역할론인 젠더 논리이다. 이 논리는 여성은 출산이나 육아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둬도 된다는 사회적 관행을 지속시키고 저임금과 승진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논리로 활용된다.

그러나 사회구조는 맞벌이가 대세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비정규직 고용의 증가, 서비스 산업의 증가 등으로 고용이 불안한 위험사회에서 남성 단독 생계부양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남녀 모두가 일과 가정을 병행해야 하는 시대이다. 그런데 사회적 고정관념과 부족한 지원체계는 일하는 부모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성들은 육아휴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 일상적인 야근으로 가족 얼굴 볼 시간조차 없다. 여성들은 임신·출산 때 강요되는 퇴직과 임금격차, 낮은 승진율 등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퇴근이 ‘가정이라는 일터’로 다시 출근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쉼조차 없다.

그래서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노총,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등 전국의 11개 단체는 5월4일 여성 노동권과 남성 돌봄권 확보를 위해 일·생활의 균형을 위한 직장문화 바꾸기 공동 캠페인단을 발족하였다. 여성 고용의 양적·질적 개선과 동시에 남성의 가족 생계부양 책임을 낮춰주는 노동시간 단축, 이를 지원하는 보육·돌봄 등 사회적 지원체계 구축이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캠페인단의 첫 사업으로는 법적으로는 보장되어 있지만 여전히 ‘사내눈치법’ 때문에 그림의 떡인 산전후휴가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해 ‘눈치 안 보고 산전후휴가 쓰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다. 임신 사실을 알리자마자 당장 그만두라고 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임신한 여성은 직장에서 노동능력이 떨어지는 불량품처럼 취급되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축하해, 90일을 응원할게’는 이런 임신 차별 관행을 개선하고 여성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뜻을 담은 것이다. 태어날 아이들과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산전후휴가를 맘 편히 쓰는 직장문화 정착은 바로 인권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블로그·트위터·페이스북에서 ‘축하해, 90일을 응원할게’를 검색해서 지지 댓글을 달아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정부에 말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걱정하면서도 임신 차별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 정부와 이윤 논리만을 뒤쫓는 기업에 여성들은 분노를 느낀다.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진행된 캠페인에서 직장인 가운데 ‘산전후휴가는 90일이며 유급이다’라는 사실조차 모른다고 응답한 이가 36%나 되었다. 77%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법에 보장된 모·부성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빈틈없이 집행하는 것과 기업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이행하고 법을 지키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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