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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7 20:11 수정 : 2011.07.27 20:11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

한국의 전통 가옥은 아주 매력적이다.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목재 가옥이든, 흙을 이용한 집이든 한결같이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자연적인 건축방식으로 지어져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한옥은 마치 제2의 피부처럼 인간을 감싸준다. 자연을 사랑하는 독일인들은 이런 한국의 전통 건축방식에 감탄한다.

하지만 인간의 피부가 뜨거운 열기와 한파에 손상되듯 전통 한옥에 사는 사람은 사계절을 생생하게 겪어내야 한다.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와 습도와 모기로 고생한다. 따라서 과거를 너무 낭만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대를 사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미래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한국과 독일이 산업화 이전에 추구했던 건축방식은 우리로 하여금 제한된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주거방식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야말로 ‘그린건축·그린빌딩’ 콘셉트의 기조에 깔린 철학이다. 이를 실현함에 있어서 독일과 한국은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 베를린 제국의회의 반구형 지붕은 세계적으로 현대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인 건축물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린빌딩’이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참고로 독일이 장기 에너지 사회간접자본 정책의 일환으로 개발하고 장려하는 4가지 주택 유형을 소개한다. 4가지 유형 모두 -전통 한옥과 유사하게- 자연환경 조건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큰 유리창은 남향으로 내고, 침실은 북향으로, 거실은 남향으로 설계한다. 건축 설계 및 시행 때는 열교(熱橋) 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을 일관되게 피한다. 즉 열기를 건물 외부로 유출시키고 냉기를 내부로 유입하는 건축 요소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린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열이 잘되는 지붕과 천장, 20~40㎝ 두께의 외벽이 필수적이며, 창에는 이중 또는 삼중의 단열유리를 사용한다. 난방용으로도 쓸 수 있는 온수 공급은 가능하면 태양열을 이용한다.

4개의 주택 유형별로 구체적인 규정과 표준이 제정되어 있는데, 그린하우스로서의 충족 요건이 가장 낮은 것은 ‘저에너지 하우스’다. 저에너지 하우스의 특징은 난방과 온수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적다는 것이다. ㎡당 연간 난방열 수요량이 정해진 한계치를 넘지 않아야 저에너지 하우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이 뛰어나 겨울과 여름에 난방이나 냉방이 필요없다. 열 수요의 상당 부분은 햇빛이나 사람의 몸, 가전제품 등에서 나오는 ‘수동적인’ 열로 충당된다. 실내 온도는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된다. 건물 외피의 단열이 잘되어 벽과 바닥은 동일한 온도를 유지하고, 곰팡이 형성은 원천 차단된다.

다음으로 ‘제로 에너지 하우스’는 전기·가스·석유 등 외부 에너지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건물을 가리킨다. 필요한 에너지는 건물 안에서, 아니면 건물에 마련된 시설을 통해 생산되며, 대부분 태양에너지 설비로 해결한다.

그린건축물 중에서 충족 요건이 가장 까다로운 유형은 ‘플러스 에너지 하우스’다. 플러스 에너지 하우스는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물이 외부에서 가져다 써야 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 다름슈타트공대에서 개발한 플러스 에너지 하우스는 태양광 주택 경연대회인 ‘워싱턴 솔라 데카슬론’에서 2007년과 2009년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러한 기술 표준과 주택 유형은 독일의 도시계획 및 재정비 사업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그린건축 사례는 독일 통일 이후 프랑스군이 철수한 옛 군사기지에 건설된 생태학적 시범구역인 프라이부르크의 파우반 구역이다.

저에너지 건축방식은 모든 건축주에게 의무로 지정되어 있으며 건축주가 패시브 하우스, 플러스 에너지 하우스, 태양열 기술 사용 등을 자발적으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지원을 받는다. 이 분야에서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ISE)의 응용 중심 연구는 많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오늘날에는 도시 생활과 건축에 새로운 가능성들이 열리고 있다. 녹색건축은 유럽과 아시아의 미래다. 그러나 미래를 고민할 때는 과거의 경험을 배우고 존중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이야말로 녹색건축의 인상깊은 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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