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석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전 제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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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동해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서해와 남중국해에서는 미-중의
대립이 노골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중국이 드디어 포문을 열었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근해에서 침몰한 선박 인양에 대해 중국 해역 주권침해 운운하면서 관공선을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이 이어도 해역을 끊임없이 주시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실제로 관공선까지 들여보내 국가적 항의를 표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세상 관심이 온통 독도 문제로 돌아가고 있을 즈음, 이어도연구회를 2007년 발족시키면서 그 흔한 유비무환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독도 관련 단체는 많지만 이어도 해양영토를 담당한 단체들은 전무한 처지였다.
독도를 매개로 한 한-일 영유권 문제에는 국회를 비롯하여 정부, 사회단체, 학계, 나아가서 국민 일반의 관심이 대단하며 언론도 일상적으로 독도를 다룬다. 늦은 방송이 끝나갈 즈음이면 독도가 화면에 비치며, 날씨예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어도는 어찌 보면 무지·무시에 가까울 정도로 방치되어 있다. 독도 문제도 중요하기는 하나, 아직까지 중국과 타결짓지 못한 해양경계 협상이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고 이번처럼 중국의 노골적인 도발이 시도되는 현실에서 이어도에 대한 무지·무시는 도를 넘었다고 본다.
학술지 <이어도>를 창간하고, 영문판을 발간하였으며, 한달여 전에는 중국과 해양분쟁을 겪고 있는 아시아 제국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최근에는 일반인·학생·교사 등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와 공동주관으로 이어도해양아카데미를 서울과 제주도에서 열었다.
아직도 다중의 이어도 해양영토에 대한 관심은 저열한 수준이고, 외교통상부는 오로지 한-중 간에 이어도 해양영토를 둘러싼 마찰은 없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식의 미지근한 태도만 견지한다. 그런데 중국이 관공선을 직접 파견하여 영해 침범을 항의할 정도인가!
이어도는 제주도민의 꿈이 서린 이상향이었다. 그 이상향은 현실적인 해양영토로 확인되었으며 해양과학기지의 명칭도 이어도를 빌려왔다. 제주도를 오로지 한반도에 딸린 섬으로 간주하는 대륙적 사고가 팽배하지만, 달리 보면 제주도는 북서태평양으로 일찍이 진출해 있는 프런티어이다. 한반도의 국토는 좁지만 해양영토는 너르디너르다. 마라도를 지나 이어도 해양과학기지를 거쳐 더 남쪽으로 우리의 막중한 해양영토가 펼쳐져 있다.
가스와 석유가 이어도 해양영토에서 터져나오는 순간, 이들 해역은 순식간에 국제적 관심을 끌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이번 도발은 의미심장한 것이다. 세상 관심이 오로지 독도에만 쏠려 있는 동안, 그 누군가는 이어도를 대비해야 할 것 아닌가.
오늘의 중국은 난사군도·댜오위다오(조어도) 등으로 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 등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해역의 모든 초점이 독도 중심의 한-일 관계에 매몰되는 순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바다에서의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 동해에서는 나진항을 통해 중국의 동해 진출이 본격화되었다. 금번에 한겨레평화연구소에서 ‘동해에서 바이칼까지’란 특별행사를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바다에서의 국제적 변화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리라. 마찬가지로 남중국해에서는 초미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서해와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노골화된 상태이다. 향후 이어도 해양영토의 향방이 옳게 가기 위하여, 시민사회의 제반 역량이 독도로만 쏠릴 것이 아니라 이어도 쪽 남방 해양영토에서도 섬세하게 배려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그간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거대 중국의 대해양정책에 맞서는 대응책을 하루바삐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어도 해양영토의 근본 문제가 소멸되지 않는 한 이를 지켜내는 제주도민과 이어도연구회가 있음을 널리 알리고 싶다. 그러나 이어도는 위치만 제주도 남방일 뿐 제주도민의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이어도이다. 지금까지는 제주도민 중심으로 힘겹게 이를 지켜왔다. 국민적 호응과 국가적 관심이 마땅히 따라야 할 것이다. 국가해양정책에 관한 통합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작금의 중국 관공선 이어도 해양영토 침범 사건에 대한 중장기적 대비책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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