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김대중 평전> 저자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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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전임’과의 차별화나
적대감으로 외면할 것이 아니라
차분히 검토하고 보완해가면서
실천하는 노력을 보였으면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8일로 2주년이 된다. 마지막 일기에서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고 썼지만, 그의 서거 이후 역사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퇴행, 서민생계 파탄을 지적했던 우려가 조금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래 남북관계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한반도가 전쟁위기에 처한 것을 지하에서 지켜보면서 무척 가슴아파하셨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 추구한 가치는 민주주의와 평화였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잘못된 정치가 전쟁을 불러오고 전쟁이 무고한 국민들에게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정치에 입문하고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를 민주주의와 평화에 두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천되면 전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독재정권의 온갖 탄압을 받으면서 추구했던 민주주의와 평화는 그러나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납치와 투옥, 사형선고와 연금 등 박해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늘 한발 앞서 한반도의 평화와 민주주의의 가치와 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했다. ‘4대국 보장론’과 ‘남북 유엔동시가입론’을 비롯하여 ‘동구권 수교론’은 용공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4대국 보장론은 오늘의 6자회담의 바탕이 되고 있다.
‘선민주 후통일’의 노선이나 비반미적 민족자주, 비용공적 평화통일, 비폭력적 민주회복의 이른바 ‘3비 정책’은 1980년대 자칫 넘치기 쉬운 진보진영의 반독재 통일운동의 소중한 지침이 되었다.
김 전 대통령의 ‘3원칙 3단계 통일론’은 선통일 주창자나 반통일 수구세력 그리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나 부르는 사람들에게 최초의 현실적인 통일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맹목적으로 ‘전임’과의 차별화나 적대감 때문에 외면할 것이 아니라 차분히 검토하고 보완해가면서 실천하는 노력을 보였으면 한다.
그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남북협력과 평화를 위해 북한에 ①무력도발 불용 ②북한을 해치거나 흡수통일할 생각이 없음 ③남북간에 가능한 분야부터 적극 추진 등 3대 원칙을 천명했다. 그리고 꾸준히 설득한 결과 6·15선언을 갖게 되었다. 남북정상회담과 5개항의 합의는 국민 절대다수와 유엔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전쟁과 냉전 반세기 만에 민족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평화와 통일의 방법에 합의한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이어지고 한반도는 화해의 물결이 넘치고 겨레는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오가면서 평화와 협력의 길을 찾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수구·반통일 기득권세력은 족벌신문과 ‘낙하산’ 방송을 동원하여 화해협력을 퍼주기·용공좌경으로 몰아치고, 그 결과 한반도는 연평도 피격 등 전쟁 직전까지 내몰리게 되었다.
김 전 대통령의 평화의지는 남달랐다. 처음으로 창당한 정당이 평화민주당이고 정계은퇴 뒤 설립한 연구소가 아태평화재단이었다. 정당 생활이나 연구소 활동, 집권 시기를 막론하고 민주주의와 평화는 항상 중심 개념이었고 절대의 가치였다. 진정한 민주주의라야 서민·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권익이 보호되고 평화가 구현된다고 보았다. 민주주의가 없는 평화, 평화 부재의 민주주의는 허구라고 인식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분단을 통해 기득권을 누려온 반통일세력은 민주인사와 남북화해세력을 좌경종북으로 몰면서 위기감을 조성한다. 그런데 막상 그들과 그들의 아들은 병역 기피 또는 면제, 위장전입, 탈세·부동산투기자가 대부분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위선이다. 김 전 대통령이 눈을 감고 영면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와 평화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그의 법통을 잇는다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고 국민에게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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