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22 19:09
수정 : 2011.08.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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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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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티브이(TV)의 동시재전송을 둘러싼 갈등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티브이가 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무단으로 보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다. 케이블티브이는 지상파 재전송이 시청자를 위한 ‘수신보조행위’라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양쪽은 소송 등 법적 다툼뿐 아니라 ‘재전송 중단’을 담보로 위험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결과는 둘 중 하나다. 법원 판결에 의해 파국을 맞거나, 아니면 그 전에 양쪽이 소송을 포기하고 극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날 것이냐는 전적으로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의지와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
오랜 기간 상생관계를 유지하던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티브이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통신사들이 인터넷티브이(IPTV)를 통해 방송에 진입한 뒤부터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인터넷티브이로부터 재전송에 대한 대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케이블티브이에도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티브이 쪽과 비용 산정 합의에 실패하자, 지상파 재전송 금지를 주문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법원은 지난해 9월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지상파 방송사의 권리(동시중계방송권)를 인정했지만, 재전송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하루에 1억원씩 배상하라는 간접강제 주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도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극단적 선택 없이 양쪽이 합의에 이르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양 사업자의 재송신 갈등은 방송법과 저작권법의 해석 문제, 미디어 융합과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 악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동시중계방송권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의 판단에는 몇 가지 간과한 점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방송권역 안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모자람 없이 방송을 전달해야 할 지상파 방송사들에 동시중계방송권은 권리보다는 의무에 가깝다는 점이다. 케이블티브이는 지난 수십년간 이를 일정하게 대행해왔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동시재전송을 중단시킬 경우 스스로 자신의 손과 발을 자르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방송법은 78조에서 케이블티브이에 <한국방송1>(KBS1)과 <교육방송>(EBS) 채널의 재송신 의무를 부여했다. 난시청 해소 등을 위해 도입한 케이블티브이에 가능한 공적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의무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티브이는 수십년간 상호 협의 아래 지상파를 재전송했다고 할 수 있다.
법원이 법조항을 소극적으로 해석하여 케이블티브이의 동시중계방송권 침해를 인정했지만, 동시에 지상파-케이블 간의 ‘묵시적 합의’ 여부를 판단하는 대목에서 케이블티브이의 동시재송신을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규제나 행정지도의 산물’로 해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재전송 갈등이 1961년 유선방송수신관리법 제정 이후 정부 방송정책의 결과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 정책의 결과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이 손쉽게 구현됨으로써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티브이, 시청자 모두의 후생이 확대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많은 시청자들이 우려하듯이 이번 갈등이 대법원까지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상파 방송이 승소한다고 해도 이는 새로운 문제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양쪽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케이블티브이가 지상파 방송 재전송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시청자 피해는 물론 지상파와 케이블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져 결국 모두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 그럴 경우 정책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무력화된다.
현재 국내에서 유료방송을 통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케이블티브이 재전송이 중단되면 도달률의 현저한 저하로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수익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시청자를 보호하고 사업자간 분쟁·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시청자 권리 보호다. 양 방송사업자도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 법원이 계속 간접강제 청구를 기각한 이유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방통위의 문제 해결 의지와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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