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28 19:28
수정 : 2011.09.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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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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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 변호사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 문제가 3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선출에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이유는 조 변호사가 이념에서 편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용환의 선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마치 보수와 진보의 싸움에서 되풀이되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 이 사건은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이 사건은 우선 다양성에 대한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대법원·국회에서 3명씩 임명한다. 국회에서 1명은 항상 야당 몫이다. 야당 추천을 인정하는 목적은 재판관의 구성을 다양하게 하여 국민의 인권을 두루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사법부는 다양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곳이다. 따라서 사법부는 다양한 경력과 사상을 가진 재판관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보수적인 고위직 남성 법관들이 거의 대부분 최고위 법관을 담당하고 있었다. 획일적인 구성이었다. 민주정부 들어서서 겨우 여성, 비법관 출신 또는 상식적인 인물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인권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조용환의 발언은 국가보안법이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도 국가의 정체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발언이다.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믿되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 도대체 대한민국의 무엇을 공격한다는 것인가? 다양성은 우리의 인식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자산이다. 남성이 있다면 여성도, 자본가가 있다면 노동자도, 보수가 있다면 진보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 상식을 지금 공격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사건은 의회정치에 대한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다당제를 기본으로 하는 의회정치는 상대 진영을 인정함으로써 시작된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굳이 의회정치를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지난 시기 군부독재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요체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임을 배웠고 의회정치가 민주주의의 산실임도 깨우쳤다. 그런데 지금 소수 야당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이것은 곧 소수 야당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조용환의 발언은 어디까지나 우리 현실에서 존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아무리 다수파라고 하더라도 소수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독재일 뿐이다. 소수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민주주의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은 이 상식을 공격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은 법률가에 대한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법률가가 맨 처음 배우는 것은 주장이 아니라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증거재판주의이다. 그래서 대법관도 증인의 증언 내용과 태도를 직접 본 하급심 판사의 판단을 함부로 배척하기 어렵다. 일부 사건에서는 대법관들이 내린 판결이라고 하더라도 적정한 재판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경우에 벌어지는 재심이 그런 경우이다. 행정부의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어 법률가가 처음부터 심사를 한다. 이처럼 법률가는 증거에 의해서만 판단을 한다. 그래서 조용환은 직접 증거를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증거를 검토하지 않은 법률가에게 다른 사람의 판단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주장을 무조건 맹신한다면 그것이 법률가로서의 자질 부족이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다 믿는 판사는 판사로서의 자질이 없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이 상식을 공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양심에 대한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다. 양심은 인간의 가장 내밀한 부분이다. 다른 사람이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오류는 수정할 수 있지만 믿음과 확신 사이의 판단을 강요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양심과 생각은 수정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일 뿐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일부 국회의원들은 존중해야 할 양심을 다수의 힘으로 윽박지르고 있다.
이렇게 조용환 사태는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조용환은 토머스 페인의 <상식> 이후 상식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상식’ 조용환 변호사는 헌법재판관이 되겠지만 이 사건은 우리의 수준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부끄러운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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