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10 19:35
수정 : 2011.10.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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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배 방송독립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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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지금,
미디어렙 입법의 유예 등에 의한
다원적이고 균형적인 여론미디어
시장의 교란에서 야기되고 있다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종합편성 채널들이 연말이면 일제히 방송에 들어간다. 이것은 한국 미디어계의 비극적 변화를 유발한다. 첫째, 언론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대형 중앙지들인 조·중·동·매가 매머드급 방송사업에 진출하여, 기존의 방송미디어 생태계에 미증유의 변동을 일으키고 방송시장 및 시청자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는 것이다.
둘째, 지상파 방송과 똑같은 기능과 언론 영향력을 가진 조·중·동·매 종편 채널들이 광고주와 직거래 영업을 통해 광고수입을 조달하게 된다는 점이다. 4개 종편의 생존에 필수적인 광고수입은 연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이것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의 광고수입 격감을 의미할 뿐 아니라, 지역방송·종교방송 등 중소 방송사의 생존을 직접 위협한다. 1조원이 넘는 그 막대한 광고비가 매년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닌 한, 기존 광고시장에서 끌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4개 거대 종편의 갑작스런 시장진입은 직접적으로는 기존의 방송에, 간접적으로 인쇄매체에까지 타격을 주게 된다.
셋째, 미디어렙(미디어광고판매대행업) 입법이 부재한 현 상태에서, 종편들의 방송광고 영업은 신문광고와 비슷한 약탈적 광고거래에 의한 전체 미디어 광고시장의 파탄과 왜곡을 불러온다. 한정된 방송광고액(한해 2조8천억원)을 두고,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해 손발이 묶여 있는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종편은 광고주와 직거래를 트기 때문이다. 미디어렙 입법의 불발과 미적거림은 이것을 부채질한다는 의미에서 무책임과 파렴치의 극치다. 방송광고 직거래는, 방송이 인쇄매체처럼 광고를 강매하거나, 기사와 프로그램으로 광고주를 협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합리적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하나의 종편이 새로 방송광고시장에 들어와도 그 생존이 빠듯한데, 4개 거대 종편을 일거에 진입시킨 것은 무법과 탈법을 해서라도 생존하라는 정부의 간교한 기만이요 술책이 아닌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광고시장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까지 끌어올려 키우겠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갑자기 비약 성장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정책당국의 종편 살리기 선전은 거짓이요 립서비스이다. 조·중·동·매에 특혜성 종편 채널을 허가한 무책임한 정책당국의 선택지는 두가지다. 탈법을 해서라도 생존하라는 방치가 하나이고, 광고주들에게 연 1조원 이상 종편 살리기용 가외 광고비 지출을 압박하는 것이다. 정권 말기에 접어들어 이 방법은 극히 회의적이다. 그러니 종편한테 약탈적 광고 직거래를 하라는 무언의 방송정책 당국의 신호가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연말 종편 방송 스타트를 앞두고 종편 채널들이 일제히 직접 광고 영업에 뛰어들었고, 에스비에스홀딩스가 자기 휘하에 미디어렙 운영규정을 만들고 방통위와 물밑거래에 들어갔다고 한다. 종편이 직접 광고주와 광고 팔고사기를 한다든가, 에스비에스가 홀딩스의 사적 렙을 통해 방송광고 영업을 하는 것은, 중대한 광고시장 파탄을 야기함과 동시에 미디어 생태계 전체를 교란한다. 그것은 직거래를 하고 있는 조·중·동 등 인쇄미디어의 신문 과점과 기사 편집의 보수 획일화가 방송계에 고스란히 이전됨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다원적 미디어와 다원적 여론시장의 파탄이란 결과물이고, 다원주의적 민주사회의 언론 인프라의 망가짐이다.
입법부는 미디어렙 입법을 하루속히 통과시키되 지상파 방송처럼 종편의 광고영업을 미디어렙에 위탁하는 규정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에스비에스는 입법 이전에 이기적 사영 미디어렙에 뛰어들지 말아야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지금, 미디어렙 입법의 유예, 엠비 방통위의 종편 특혜성 정책, 에스비에스의 성급한 사영 미디어렙 진출 시도 등에 의한 다원적이고 균형적인 여론미디어 시장의 교란에서 야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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