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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1 19:25 수정 : 2011.11.21 19:25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마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당연히 양심수라고 생각한다

강동균, 제주도 강정마을 회장,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단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사진으로 보았을 뿐이다. 그런 그가 80일 넘게 구속되었고, 23일 1심 선고를 받는다. 그는 절차도 어기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군과 경찰에 맞서, 아니 정부에 맞서 자신의 마을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가 한 일은 자신의 마을과 바다만이 아니라 제주도, 대한민국의 평화, 아니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그가 나의 안전과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려다 구속되었다는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

제주 강정마을에 가 본 것은 지난 10월9일 밤이었고, 거기서 이틀 밤을 묵다가 왔다. 강정은 밤도 낮도, 그리고 바다도 마을도 자연도 너무 아름다웠다. 하지만 바다 쪽 올레길 7코스를 따라 펜스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높은 분리장벽이 마을과 공사 현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펜스 안에서는 탐라국의 유물을 발굴하는 작업이 분주했다. 문화재는 손실되더라도 해군기지는 강행하겠다며 무리수를 두고 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다는 용천수가 솟는 구럼비 바위는 1㎞가 넘는데도 단일한 바위다. 그걸 깨부수고 거기에 전쟁을 불러올 해군기지를 짓겠다는 이른바 ‘국책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매일 촛불을 들고 4년 반이 넘도록 저항해왔다.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그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백가지도 넘는다. 전체 주민 1600명 중 87명만 모아놓고 해군기지에 찬성한 마을총회가 합법적일까, 전체 주민 중 800명이 모여서 680명이 해군기지를 반대한 마을총회가 합법적일까?

강정마을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안선과 바다를 가진 곳으로 이름이 높다. 유네스코, 한국 정부, 제주도에서 절대보전지역, 생태보존지구로 지정했다. 이런 곳을 파괴하기는 쉽지만, 한 번 파괴된 자연과 생태를 회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미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이웃끼리, 친척끼리, 부자지간에 회복할 수 없는 갈등의 골이 패었다. 이런 갈등의 골을 만든 장본인은 정부다. 전북 부안 핵폐기장 때도, 경기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공사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번 깨어진 마을 공동체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남고, 정부는 공사만 강행하고 떠나면 그만이다.

이미 한국 정부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해서 평택에 미군기지를 확장하는 일을 자국민을 강제로 내쫓고 합의해주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다. 민군 복합형 미항이라는 미사여구는 이미 거짓임이 들통났다.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과 중국의 분쟁시에 미군 핵항공모함이 사용할 기지로 건설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미국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와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공사를 강행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연행과 구속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다. 요즘에는 천주교 사제들이 가장 치열하게 해군기지를 막고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강정마을의 생태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세계 7대 자연유산이라고 하면서 제주올레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인 강정마을에는 전쟁을 부르는 해군기지를 건설하자고 한입으로 말할 수 있는지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녕 평화를 위해서라면 그 과정과 수단도 평화적이어야 한다.

나는 마을 주민들의 앞에 서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강동균 마을회장은 당연히 양심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권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강동균에게 자유를 주어라. 그리고 이번 기회에 세상은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왜 강정마을 사람들은 해군기지를 반대하는지 제대로 한번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법원이 이제 그가 세상을 향해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그의 선고 공판은 2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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