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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3 19:36 수정 : 2011.11.23 19:36

최열 환경재단 대표·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태양광이 원전을 대체할 것이다”
지난해 전세계에 설치된 태양광은
18개 중형 원전에 해당하는 18GW다

2011년 11월11일 스정룽 선텍 회장을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천년에 한번 온다는 귀한 날이었다. 별명이 ‘태양왕’인 스정룽은 2001년 선텍을 창업해 10년 만에 세계 최대 태양전지 모듈 제조업체로 키운 인물이다. 중국 민영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이듬해인 2006년 주가가 급등해 <포브스> 선정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30% 넘게 고속성장해온 세계 태양광 시장이 요동치는 요즘, 그를 만나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올해 초 90%대였던 국내 태양전지 공장 가동률은 20%대로 떨어졌고, 몇몇 업체는 이미 파산했거나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뒤늦게 태양광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은 투자를 계속할지 접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스정룽 회장은 “지금 태양광 산업은 겨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금융위기와 미국의 경제위기로 수요가 줄었다. 또 태양광 업체들의 투자가 과열되면서 과잉생산하게 됐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 위기를 단기적인 흐름으로 봤다.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 산업처럼 하나의 새로운 산업이 형성되기 전 거품과 구조조정을 거치듯이, 태양광 또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까지 단기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망은 좋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아직도 전세계 에너지 산업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채 1%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텍의 목표는 이를 2015년까지 5%로 높이는 것인데, 무려 250GW(기가와트)나 되는 용량이다. 지금 말하는 생산과잉은 현재 눈앞에 보이는 기준일 뿐, 미래에 눈높이를 갖다 대면 결코 생산과잉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정룽 회장은 기업이 혁신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태양전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태양전지의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한 예로 10년 전 환경운동연합 지붕에 3㎾짜리 태양광을 설치하는 데 3억원이 들었는데, 지금은 500만원이면 된다. 무려 60분의 1로 떨어진 것이다. 태양전지 모듈 가격은 현재 1.1달러 안팎으로, 화석연료 단가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와 있다.

현재 16~20%대에 이르는 태양전지의 효율도 높여야 한다. 최근 일본 샤프사에서 36.9%의 효율을 자랑하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이 전지는 효율은 높을지라도 특수소재를 쓰다 보니 제작원가가 높은 단점이 있다. 핵심은 효율도 높고 값도 싼 소재다. 현재는 실리콘이 대세지만, 누가 알겠는가. 후발주자인 한국에서 획기적인 신소재가 개발된다면 시장을 뒤엎는 것은 시간문제다. 스정룽 회장은 “현 실리콘 소재를 이용해 10년 안에 20~25%의 효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아직 태양광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다. 스정룽 회장은 “관료나 정치인, 에너지 전문가, 투자자들은 태양광 기술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정책결정자들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이해도가 5년 전, 혹은 그 이전에 머물러 있다. 태양광은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앞으로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데이터로 이를 설명했다. 지난해 전세계에 설치된 태양광은 18GW다. 이는 중형 원전 18개에 해당한다. 작년 한해 동안 18개의 원전을 건설한 셈이다. 선텍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5GW를 설치했다. 이 작은 회사가 10년 동안 5개의 발전소를 건설했으니, 10년에 하나씩 지어지는 원전과 비교해볼 때 원전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10년 전 스정룽 회장은 태양광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중국에서 미래의 가능성만 보고 창업을 했다. 당시 20명이던 직원은 지금 2만명이 넘는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꿈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되는 게 아니니, 굴욕과 어려움을 견뎌내는 지구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의 꿈은 모든 서민들이 태양에너지를 집에서 편안히 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화석연료처럼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고갈되지도 않고, 원자력처럼 방사능 유출 위험도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의 도전과 열정이 내내 묵직하게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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