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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1 19:34 수정 : 2011.12.21 19:34

이수훈 경남대 교수·정치사회학

전세계적인 정보수집 역량이야
미국 근처에도 가지 못하겠지만,
북한의 경우 한국 정보당국이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가안보가 심히 걱정된다. 국민의 안위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국격을 높인다, 선진국이 된다, 이런 소리가 무척 공허하다. ‘튼튼한 안보’도 공염불처럼 들린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이 부른 해군 장병과 민간인의 희생이 아무 의미가 없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정보당국이 까맣게 모른다. 대통령도 모른 채 일본 가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위안부 문제를 두고 바짝 대립각을 세운다. 그 시간에 북한에서는 열차 여행 중에 죽은 사람을 평양으로 이송해, 부검을 하여 사인을 규명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이 일들이 우리 정보당국은 말할 것 없고 천하제일이라는 미국 정보망에도 걸리지 않았다니 북한의 정보통제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하여간 우리 대통령과 일본 총리는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한 셈이다.

국회에 나온 국정원장은 이렇게 위중한 안보상황을 여느 시민과 꼭 같이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북한의 ‘폐쇄성’을 들먹이면서 정보수집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여당 의원들이 조롱조의 질타를 하고, 책임을 물어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성실한 답이 없다.

우리는 분단된 현실 속에서 남북이 군사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와 국민안위가 남북관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튼튼한 안보’는 북한에 대한 정보력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게다가 북한은 일인독재체제이기 때문에 지도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정보야말로 우리 안보의 사활을 가르는 핵심 중의 핵심에 속한다. 바로 그 일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차분히 따져볼 중차대한 사안인 것이다. 정보는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선제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초다.

이 정부 들어 국정원의 인적 정보망이 북쪽에도 궤멸상태에 빠졌고, 남쪽에도 대북 라인이 상당히 훼손되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정보의 종류가 많겠지만, 우리의 경우 국정원이 최우선으로 치중해야 할 대상이 바로 대북 정보다. 여기에 구멍이 뚫린 형국인데 지금이라도 복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다.

정보가 단절된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대북 강경정책이 빚은 남북관계 그 자체의 단절이다. 다양한 교류가 있고 빈번한 왕래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정보 단절이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민간 기업에서 정부보다 한발 앞서 인지했다는 세간의 뒷말이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계기에 남북간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북정책의 수정이 더불어 가해져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간 한국 정보당국은 정보수집을 미국에 의존해왔고, 특히 한-미 공유와 공조를 강조해왔다. 필자는 수년 전에 미국 정보당국 책임자에게서 북한에 대한 정보와 분석에 관한 한 미국이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바가 있다. 세계적인 정보수집 역량이야 미국 근처에도 가지 못하겠지만, 북한처럼 특수한 경우 한국 정보당국이 더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이번 같은 일도 우리 정보당국이 먼저 알고 미국에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중간 긴밀한 대화 채널을 구축하여 정보 공유와 대북정책 공조가 일어나야 한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우리가 취하지 않으면 안 될 방향성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이번에 중국도 알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후견국 노릇을 할 중국에는 마땅히 알려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만약 알려주지 않았다면 김정은 체제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제 현 정부 레임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뚜렷하다. 거버넌스가 급속히 이완되는 시기다. 남은 임기 동안 무슨 일이 터질지 심리적 불편을 감수해야 할 당사자는 바로 평범한 국민들이다. 제발 국민을 위해 유사한 ‘정보실패’를 범하지 말고, 안팎의 위기관리에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 이수훈 경남대 교수·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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