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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8 19:37 수정 : 2012.01.19 11:07

이광헌 동국대 경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살하는 사람에겐 특징이 있다
자살 시도 전에 약 80%가 누군가에게
‘죽고 싶다’는 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자살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까?

우리나라의 전체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2009년 한해에만도 약 1만5500명이 자살로 사망하였다. 30분당 1명씩 자살로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심리적 상태나 목적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의학적으로 첫째, 견딜 수 없는 고통이나 힘든 스트레스에 직면하여 이를 벗어나고자 자살을 선택한다. 둘째, 너무 힘들고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때 ‘나만 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이다. 셋째는 극도의 적개심이나 분노, 복수심으로 분노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우이다. ‘내가 죽고 너도 고통을 받아보라’는 보복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넷째는 큰 실패 등을 직면했을 때 자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못난 자기’를 응징하려는 자기애적 상처에 따른 자살이 있다. 다섯째로는 상실에 대한 고통으로 부모나 배우자, 연인을 따라 저세상으로 가서 죽은 사람과 재회하고 위로받고자 하는 심리로 자살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 중에는 남들이 모르는 정신의학적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있다. 자살자의 60∼80%는 정신의학적 문제나 질환을 갖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청소년 자살의 특징은 성공률이 높지는 않지만, 시도율은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높다는 점이다. 10대의 사망 중 자살로 인한 사망이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글레이저 등에 따르면, 청소년의 자살 가운데 다른 연령층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 우울증으로 인한 경우는 10% 미만이고, 충동이나 남을 조종하려는 의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복수하려는 의도가 결정요인으로 나타났다. 굴드 등은 대인관계의 갈등이나 상실이 청소년 자살 대부분의 촉발인자가 된다고 보았다.

엘카인드 등은 ‘가상적 청중’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자신이 자신의 행동·외모·생각·감정에 몰두하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들도 나의 행동·외모·사고·감정을 주목할 것이다’라고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고민한다고 하였다. 청소년들은 유명인이나 가까운 사람이 갑자기 자살을 하면 ‘나도 저렇게 죽으면 편하지 않을까’ 혹은 ‘나도 그 사람을 따라 죽고 싶다’는 마음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모방자살이다. 이 시기는 아직 확고한 주체성이 확립되지 않아 미래의 꿈이나 이상을 좇아 어려움이 있더라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해결해나갈 힘이 부족하다.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고, 눈치를 보고,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쉬운 시기이다.

자살을 이야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예측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살하는 사람에겐 특징이 있다. 자살 시도 전에 약 80% 이상의 사람들이 ‘죽고 싶다’는 표현을 누군가에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신변을 정리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평소 아끼던 물건이나 돈을 주어버리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유를 물어보고, ‘죽고 싶다’는 등의 표현이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 국가나 지자체에서 ‘정신보건센터’나 교육청 소속 ‘위센터’ 등을 통해 청소년 정신건강 검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은 학부모의 동의가 없이는 진단이나 치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부모에게 연락을 하면 ‘우리 애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친구들이 문제다’, ‘정신질환자 취급을 한다’, ‘아이 장래를 망친다’는 식으로 낙인을 걱정하여 치료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이의 고민이나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지 못하는 부모도 상당히 많다. 등교를 거부하거나, 청소년 비행 등의 문제가 벌어지거나, 자살 시도 등의 사고가 생기고 나서야 사후약방문 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일차적으로는 부모와 아동·청소년 사이에 많은 대화와 보살핌이 우선이겠지만, 국가에서 법적·제도적으로도 문제가 발견된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치료적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광헌 동국대 경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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