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3.08 19:53
수정 : 2012.03.0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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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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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을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에서
동·서해 바다까지 분단되어 있음을
국제사회에 공표해서야 되겠는가
5월12일, 여수세계엑스포가 드디어 문을 연다. 주제관·한국관·해양문명도시관 등 기본 건물과 국제관·기업관 등은 이미 완공되어 있다. 착착 콘텐츠가 채워져서 예행연습에 들어간 상태다. 대전엑스포 당시와는 국력이 비할 바 없어 10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국제기구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그야말로 ‘만국박람회’에 걸맞은 잔치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하다. 2010년 상하이엑스포에도 참가했던 북한은 이번 잔치에 참가하면 안 되는 것일까. 다행히 조직위원회에서 이미 지난 연말에 파리통상교섭본부를 통해 세계박람회사무국(BIE)에 북한초청장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상태다. 게다가 북한이 올 것에 대비하여 북한관 용도로 사용 가능한 1100㎡의 부지 위에 전시관도 준비된 상황이다. 강동석 위원장 자신이 언론을 통해 북한이 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 경색 상황에서 북쪽이 손쉽게 내려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미 관계가 협상으로 가고, 서울시향의 지휘자인 정명훈이 북한 은하수악단을 이끌고 파리 공연에 나서기로 하는 등 화해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빌릴 것도 없이, 일괄타결도 좋지만 작은 고리들, 문화적 고리들이 한 역할 해낼 수 있으리라.
첫째, 북한관 개막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국제사회에 덜 부끄러울 수 있을 것이다. 100개 이상의 국가가 참가하는 만국행사에 정작 북한만 빠진다면, 그걸 성공한 잔치라 말할 수는 없다. 둘째, 육지는 그렇다고 쳐도 바다까지 분단될 필요가 있을까. 동·서해 물고기들이 휴전선을 피해서 다니는가. 해양을 주제로 한 이번 박람회에서 동해와 서해까지 분단되어 있음을 국제사회에 공표해서야 되겠는가. 셋째, 이명박 정부로서는 남북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어떤 식으로든지 물꼬를 터야 한다. 작금의 상황을 기회로 만들 필요성은 북-미 관계가 협상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적극 나선다면 박람회를 능동적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지구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등 인류와 지구에 밀려오는 위기는 한반도 바다라고 예외가 아니다. 동해 명태가 사라진 것이 그 대표 사례다. 그 많던 명태가 어디로 갔을까. 명태축제가 벌어지던 거진항은 파장 분위기이고 명태는 씨알도 없다. 남북 수산협력은 물론이고 천안함·백령도에서 보듯 바다를 통한 남북의 화해와 일치는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개막 전까지 시간이 없다. 천만다행으로 조직위원회에서 이미 북한관을 지어놓아 기본 준비태세는 갖춘 셈이다. 대단한 선견지명이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말하였듯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건물은 있으므로 콘텐츠만 들여오면 짧은 시간에도 불가능할 것 없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전시관은 우리가 비용을 들여 준비한 상황이다. 북한이라고 예외가 될 필요가 없다.
언론이 많은 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의 프레임이 탈북자 송환 문제에만 갇혀 있는 방식으로 어떻게 남북문제를 풀 것인가.
북쪽이 응하고 북한관이 열려 100여개의 국가들과 함께 개막식 테이프를 같이 끊을 때, 북한관이 문을 열었다는 것 이상의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파리의 세계박람회사무국과 여수박람회조직위로서도 북한이 참가하면 명실상부한 만국행사가 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거두어갈 효과까지 굳이 부연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청와대와 통일부도 나서라. 문화체육관광부나 이번 ‘해양박람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이러한 비정치적 문제는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일정상 북한관을 열 수 없으면 공연단 초청이나, 아니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북한관이라도 꾸려볼 일이다. 남북이 그려낼 여수세계박람회의 세계적 성과에 관한 예측불허의 파열구가 터져나오길 기대해본다. 1998년 리스본해양박람회의 슬로건이 “도달하지 못할 곳은 없다”(Non Plus Ultra, 不可越境)였다. 바다의 도전과 모험이 원래 그런 것이다. 남북의 파도를 헤쳐나갈 ‘오션 코리아’의 힘과 저력을 보고 싶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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