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28 19:43
수정 : 2012.05.2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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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일본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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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간단체가 고리 및 영광 원전의 폭발 때에 예상되는 물적 및 인적 피해에 관한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발표했다. 천문학적인 피해 예상을 보면서 불안을 느낀 국민들도 적잖았을 것이다. 시뮬레이션의 목적은 핵발전소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묻고자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시뮬레이션의 결과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학회,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기관이 총동원돼 반박문을 즉각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국내 원전은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원전과는 구조와 설계가 다르므로 안전하며 △시뮬레이션이 비현실적인 조건들을 가정해 극단적인 거대 피해의 결과를 자의적으로 추산했다는 것이다.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만을 줄이려는 취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이들 원전 추진 쪽이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시뮬레이션의 방법론과 결과에 대해, 심지어 ‘민간단체’에 불과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의 주장까지 바이블처럼 들추면서 일방적으로 반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들이 과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존중해 과학적인 사실만을 전달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국제기관들이 대형 사고의 예상 피해를 연구하는 경우에도, ‘예방원칙’에 근거해 최악의 사태를 가정하는 연구 방법이 일반적이다. 1950대년 후반부터 미국 등이 발표했던 원전사고 피해 예상 연구처럼 원자력, 기상, 토양, 의학 등 수십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수년에 걸쳐 수행한 결과는 비록 아니었지만, 민간단체의 시뮬레이션이 단지 최악의 경우를 고려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과학자의 자기모순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들은 국내 원전들이 과거 사고가 난 원전들과는 구조와 설계가 다르므로 안전하다는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에도 비록 국내의 경수로에서 사용하는 명칭의 격납용기는 없었지만, 방사성 물질의 격리 및 압력저하 기능 같은 설계사상에 근거한 유사시설은 있었다. 또 국내 원전의 격납용기가 후쿠시마 원전보다 약 5배 정도 큰 것은 사실이나, 단지 수소폭발의 시점이 상대적으로 약간 늦어질 뿐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급성사망자는 없었지만, 원전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자살한 18명과 삶의 터를 떠나 피폭의 영향을 두려워하며 일생을 보낼 수만명의 주민들을 단지 비과학적인 망상의 피해자로만 판단하는지를 묻고 싶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따른 사망 주민에 대해서도, 원전 소재국인 우크라이나조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피해 축소에 반박하여 약 2000명으로 발표했다. 일본의 원폭 피해자 조사도, 히로시마 및 나가사키의 방사선량도 대형 태풍으로 확산된 뒤의 조사 결과이며, 내부 피폭의 영향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가령 원전 추진을 주장하는 쪽의 주장처럼 국내 원전의 우수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더라도, 원전이 핵분열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한 원전사고 발생의 원인과 피해 결과는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한편 원자력학회의 반박 성명을 보면서, 필자는 시뮬레이션의 예상 피해 규모보다 더 심한 공포감을 느꼈다. 다양한 의견의 연구자가 자유로운 논쟁을 하는 학회, 특히 원자력 안전에 대해 권위있는 전문가의 모임이 마치 이익집단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형태에 등줄이 오싹해지는 한기를 느꼈다. 역사상 전문집단의 전체주의화가 가져온 폐해를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본원자력학회의 이익공동체적인 운영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중요 원인의 하나인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국민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할 적극적인 의사가 없다면, 명칭을 원자력‘안정’위원회로 바꾸는 쪽이 국민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위원회는 시뮬레이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일본제도를 아무런 검토도 없이 인용한 원전의 방재구역 범위(8~10㎞)를 최소한 국제적 기준(30㎞)으로 확대하고, 이에 따른 피난계획 및 측정시설 등도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한다.
장정욱/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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