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기고] MB의 눈물겨운 FTA 사랑 |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무역협정(FTA) 막판 스퍼트가 놀랍다. 지난해 말 한-미 에프티에이 날치기 통과로 시작해 임기 종료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시점인데도 한-중 에프티에이 협상을 개시했다. 그리고 중남미로 날아가서 한-칠레 에프티에이를 더욱 심화·확대하기로 합의를 하였고, 또 콜롬비아와 에프티에이 협상을 타결했다. 대통령이 임기 내 외국에 가서 에프티에이 말고 다른 무슨 영문자를 발음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에프티에이 사랑은 눈물겹다.
칠레는 우리가 체결한 첫 에프티에이였다. 2004년에 발효되었으니 근 8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우리의 수출이 늘었으니 얼마나 훌륭한 일을 했는지 이번에도 자화자찬 일색이다. 그렇다. 2005년 11억달러 정도이던 수출액이 2011년 27억달러로 늘었으니 분명 수출이 늘긴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22억달러이던 수입액은 48억달러로 늘었다. 해서 경상수지 적자도 2005년 10억달러가량 되던 것이 2011년에는 약 19억달러로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말을 하면 몇 년 전에는 구리를 핑계로 대곤 했다. 곧 무역수지는 적자였지만 당시 국제 구리가격이 폭등했을 때 한-칠레 에프티에이 덕택에 오히려 우리가 더 큰 혜택을 입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 뒤 구리가격이 안정되었는데도 대칠레 무역수지는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쉽게 말해 ‘나 손해보고 무지 많이 팔았다. 잘했지?’라고 말하는 꼴이다. 그리고 이렇게 잘했으니 에프티에이를 더 확대하자고 한다. 모르긴 해도 에프티에이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으면 이 정도일까 싶기도 하다.
콜롬비아와의 에프티에이 타결을 두고 정부·여당 쪽에선 예의 만세삼창이다. 이로써 ‘에프티에이 중심국가’로 부상하게 되었고, 심지어 어떤 언론에서는 우리의 ‘경제영토’가 전성기 몽골제국의 그것보다 더 넓다고도 한다. 참으로 무지와 억견의 수준이 몽골제국의 그것만큼 넓다. 이런 어이없는 주장이 21세기에 버젓이 횡행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수준일까 싶어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정부나 일부 언론이 말하는 그런 에프티에이 경제효과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기에 일일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겠다. 그리고 혹시 그런 것이 있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뻔하다.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전자는 이익이고, 농축수산은 피해 산업이라는 말이다. 그것을 이들은 ‘에프티에이 명암’이라고 표현한다. 같은 자격으로 이 땅에 살지만 후자는 언제나 찬밥이다. 이런 식의 에프티에이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늘이 완전한 암흑으로 변할 때까지 말이다. 이 사정은 콜롬비아의 대다수 힘없는 서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미 에프티에이와 같은 신자유주의형 에프티에이 모델에 기반한 한-콜롬비아 에프티에이가 양국의 힘없고 돈 없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보탬이 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중남미 국가는 대개 3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한쪽에 차베스의 베네수엘라, 쿠바와 볼리비아 등 반미국가가 있다. 그리고 미국에 비판적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비미’그룹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콜롬비아·페루·칠레 등 친미국가군이 포진해 있다. 우리가 에프티에이를 체결한 나라 모두가 바로 이들 중남미 친미국가에 속한다. 대부분 억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전략적 교두보 구실을 수행한다. 특히 콜롬비아는 노조간부, 시민사회 활동가에 대한 잔인한 백색테러로 악명 높은 인권탄압국이다. 1980년대 이후 지금까지 극우 준군사조직에 의해 수천명의 활동가가 살해당한 나라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조야에서조차도 미-콜롬비아 에프티에이에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기억하는가. 2009년 페루의 아마존 원주민들의 격렬한 항의 시위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정글 속 석유가 당장의 원인이었지만 그 배경은 미-페루 에프티에이의 투자조항이었다. 페루령 아마존은 물론이고 콜롬비아의 자원에 대한 한국 에너지자본의 진출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인권침해와 사회적 갈등 또한 예정된 코스다. 엠비(MB)의 에프티에이 사랑, 결말이 궁금하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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